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모든 전기차 가격을 최대 7500달러 깎아주기로 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대해서만 주는 보조금과 같은 규모다. IRA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대차·기아 구매자에게 회사 차원에서 ‘보조금’을 주기로 한 것이다.
기존엔 상업용 차에만 적용되던 인센티브를 개인이 구입하는 전기차에까지 확대했다. 지난해 포드를 제치고 미국 전기차 시장 2위에 오른 현대차그룹은 새해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수요 둔화를 돌파하고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기아 미국법인도 이달 3일부터 오는 3월 4일까지 2023·2024년형 EV6와 니로 EV를 구매하는 개인 소비자에게 모델별로 3000~7500달러의 캐시백을 제공한다. EV6 2023년형을 구매하면 7500달러, 2024년형은 5000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다.
현금 보너스를 적용하면 현대차 아이오닉 6 SE의 권장소비자가격(MSRP)은 4만2450달러에서 3만4950달러(약 4596만원)로 낮아진다. 새해부터 IRA 보조금 명단에서 제외된 테슬라 모델 3 후륜구동(최저 3만5990달러)보다 싸졌다.
현대차는 작년 말 아이오닉 6 2024년형을 출시하면서 이미 출고가를 전작 대비 최대 4100달러 낮췄다. 여기에 새해 7500달러 직접 할인까지 내걸면서 동급 전기 세단 가운데 최고의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코나 일렉트릭 가격은 2만5175달러(3310만원)까지 떨어진다.
현지 한 자동차 딜러는 “현대차·기아 전기차는 IRA 수혜 대상이 아니지만 제조사가 직접 보조금 전액(7500달러)을 받는 것과 동일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세액 공제 방식이던 IRA 보조금이 올해부터 구매 시점에 바로 현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바뀌면서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했다. 새해부터 IRA 보조금 명단에서 제외된 제너럴모터스(GM)도 자사 전기차에 자체적으로 7500달러 할인을 적용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IRA 규정에 따라 북미에서 생산된 특정 조건의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 보조금을 주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전기차 공장이 아직 완공되지 않은 탓에 ‘메이드 인 코리아’ 차량을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그나마 작년까진 IRA와 무관하게 전기차 보조금을 주는 법인 대상 리스·렌터카 시장을 공략해 성과를 냈지만 수익성과 판매량 측면에서 한계가 뚜렷했다. 파격 할인으로 승부수를 던진 이유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세계 10위 완성차 제조사 중 판매량 목표를 달성한 업체는 3곳뿐”이라며 “올해 경기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가격 압박이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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