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시달리다 사흘을 굶었다며 국밥 한 그릇만 사달라는 글을 올린 한 40대 남성이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죄송하지만 아무나 국밥 한 그릇만 사주실 수 있을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일용직 노동자인 A씨는 사흘을 굶고도 며칠이나 고민한 끝에 글을 올렸다고 했다. 글을 올리기로 결심하고도 두 시간 동안 글을 썼다 지우길 반복했다고 전했다. 그의 커뮤니티 닉네임은 '이제 끝낼 시간'이었다.
이후 A씨가 추가로 올린 게시물은 '정말 감사하고 고맙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A씨는 "무려 세 분께서 도합 18만원이라는 큰돈을 보내주셨다. 연락이 왔을 때 염치 불구하고 계좌번호를 보냈다. 너무 배가 고프고, 또 살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한 분과는 통화했다. 위로의 말을 들어서 많이 울었다. 오늘 받은 위로와 도움 잊지 않고 저 또한 어려움에 처하신 분 그냥 지나치지 않겠다"면서 "남은 돈 아껴 쓰고 힘내서 내일부터 버스카드 충전해서 또 열심히 일자리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밥 인증 사진을 첨부하며 "맨날 맨밥에 신김치만 먹다가 몇 개월 만에 따뜻한 국물과 고기를 먹는 것 같다. 다시 한번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당초 다른 일을 하다가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일용직 노동을 시작했다는 A씨는 지난해부터 몸이 안 좋아졌다고 한다. 어떻게든 살기 위해 당장 안 입는 겨울옷 등을 중고 거래 사이트에 팔거나 긴급 생계 지원금을 받으며 버텼지만 건강이 나빠지면서 일자리를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그는 "영양 상태가 안 좋아서 그런지 어금니도 많이 빠지고, 잇몸이 붓고, 치아가 흔들릴 정도로 좋지 않아 맨밥이나 라면 등을 씹어서 먹지 못한다. 먹을 수 있는 건 따뜻한 물이나 국에 불려서 죽처럼 씹지 않고 삼키는 류의 음식들 뿐이라 국밥을 사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직접 자신을 찾아와 패딩, 폴라티 등을 준 사람도 있었으며 핸드폰 뒷판과 배터리를 고쳐준 사람도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일자리를 알아봐 준 사람도 있다며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닉네임을 '이제 끝낼 시간'에서 '내일의 희망'이라는 꽃말을 가진 '안개나무'로 바꿨다.
그러면서 "진짜 비관적이었고, 깜깜한 어둠뿐이었는데 많은 분께서 빛을 비추어주셔서 이제 일어서 그 빛을 따라 한 발짝 내딛어보려 한다. 지금 받은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고, 가슴에 새겨 저 또한 베푸는 이가 되겠다. 제 목숨 살려주셔서 감사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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