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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사진)이 11년 전 매입한 미국의 최고급 저택을 담보로 9200만달러(약 1212억원)의 대출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를 포함해 잇단 투자 실패로 자금 사정이 메마른 상태라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델라웨어주에 등록돼 있는 SV프로젝트라는 유한책임회사(LLC)가 2019년 일본 미즈호은행으로부터 100억엔(당시 시세 기준 9200만달러)어치의 대출을 받기 위해 손 회장의 저택을 담보로 내놓은 기록을 공문서를 통해 확인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SV프로젝트는 2013년 손 회장이 미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에 위치한 호화 저택을 사들일 당시 차명 법인으로 활용했던 회사다. 미 언론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의해 실구매자가 손 회장이었음이 드러났다. 손 회장은 사모펀드 헬만앤프리드먼의 공동 설립자인 툴리 프리드먼으로부터 1억1750만달러(약 1550억원)에 이 저택을 샀다. 당시 재산세 기준으로 평가한 감정가의 약 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포브스 등은 “미 역사상 최고가의 주거용 부동산 매매 사례”라고 전했다.
미 온라인 부동산 중개회사에 따르면 이 저택의 현재 가치는 2300만달러(약 303억6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우드사이드 지역 내 주요 부동산 중개업체들은 “유사 매물들이 최근 7500만~900만달러에 팔려나갔다”고 전했다.
9에이커(약 3만6422㎡) 너비, 4층 높이의 이 저택에는 엘리베이터와 볼링장 등이 갖춰져 있다고 한다. 손 회장은 매입 직후 이 저택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했고, 이 작업은 소프트뱅크가 중동에서 수백억달러를 유치해 1000억달러 규모의 비전펀드 1호를 출범하던 때 마무리됐다.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기업가들이 손 회장을 만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전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저택이 “매우 사치스러워 보였다”며 “소파부터 조명까지 모든 것이 너무 비싸 보였다”고 전했다.
손 회장이 이 저택을 저당 잡힌 시점은 소프트뱅크가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은 위워크가 기업공개(IPO)에 실패했던 시점과 맞물린다. 위워크는 기업가치 급락에도 불구하고 2년 뒤인 2021년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바우X’와의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로 인해 손 회장은 115억달러(약 15조원)에 이르는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심각한 자금난에 처한 손 회장은 저택 등 실물 자산뿐 아니라 금융 자산에도 손을 벌리고 있다. 그는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의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지분을 대량 매각했다. 벤처캐피털(VC) 펀드인 비전펀드 2호와 중남미 펀드, 단기 헤지펀드 SB노스스타 등의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세운 소프트뱅크에서 개인적으로 대출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손 회장의 개인부채 규모는 50억달러(약 6조6000억원)를 넘어섰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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