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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100일째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을 향해 저강도 작전으로 전환할 것을 압박했다. 하마스가 통치 중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강도를 축소할 적절한 시기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4일(현지시간) 미국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서 "우린 저강도 작전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이스라엘과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다"며 "지금이 그 전환을 위한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이날로 100일째에 접어들었다.
커비 조정관은 "이스라엘은 일부 병력을 철수하거나 전투의 공습 의존도를 조금씩 낮추는 등 몇 가지 사전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면서도 "하마스 지도부에 압력을 가한 만큼 다음 단계는 더 낮은 강도의 작전, 더 정밀하고 적은 횟수의 표적 공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작전 전환이 하마스를 공격하지 말고 완전히 손을 떼라는 뜻은 아니다"라며 "다만 저강도 단계로 전환할 때가 곧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BC 뉴스는 "백악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은 전쟁 100일차를 맞아 이란과 예멘 반군 후티,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등의 개입으로 중동에서 확전 조짐이 일고 있는 가운데 관련국 지도자들의 이견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한 기자회견에서 "(네덜란드에 위치한) 헤이그도, 악의 축도, 다른 누구도 우리를 막지 못할 것"이라며 전쟁 지속 의지를 표출했다.
헤이그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위치한 곳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제노사이드(집단학살)에 해당한다며 ICJ에 제소했다. 앞으로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본안 판단과 달리 ICJ의 휴전 명령 등 임시 결정은 몇 주 내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이를 무시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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