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거래' 의혹에 3.5억 세금 폭탄…法 "2.7억원 취소하라"

입력 2024-01-15 17:25   수정 2024-01-15 17:51

위장거래 의혹으로 3억5000만원의 세금이 부과됐지만 위장거래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고 당시 명의위장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부과 처분이 취소돼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A사가 관할 세무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부가가치세(부가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세무당국이 A회사에 처분한 부과세 3억5000만원 중 2억7600만원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A사가 2019년 B사를 인수합병했다. 앞서 B사는 2015년 2기 부가가치세 과세기간에 C사와 휴대폰 충전기 거래 명목으로 7억3000만원의 공급가액 세금계산서 발급받고, 계산서상 7322만원을 공제해 부가가치세 확정신고를 마쳤다. B사는 또 2016년 1기 부가가치세 과세기간에 D사와 휴대폰 거치대 거래 명목으로 5억1000만원에 대해, E사와는 휴대폰 무선충전기 거래 명목으로 4억5000만원에 대해 공급가액 세금계산서 발급받고 9620만원을 공제해 부가가치세 확정신고를 냈다.

세무당국은 2020년 세무조사를 거쳐 해당 세금계산서들이 실제 물품 거래 없이 만들어낸 가공세금계산서라 보고 2015년 2기 귀속 부가가치세 1억5000만원, 2016년 1기 귀속 부가가치세 1억9000만원 등을 경정고지했다.

이에 A사는 "C사 및 D사와 실제 거래가 있었고, 두 회사가 허위업체였다고 해도 그 사실을 몰랐으며 불법 인식이 없었으므로 과소 신고 가산세는 취소돼야 한다"고 맞섰다. 또 "E사와의 거래는 해당 회사가 납기일을 준수하지 못한 탓에 공급 확약을 위해 세금계산서를 먼저 발급받은 것으로, 이후 제품 발주 취소에 따라 수정된 세금계산서를 발급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C사 및 D사와의 거래를 가공거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위장거래라는 점을 알면서도 부가가치세 등을 지급했다면, 스스로 부가가치세를 이중 부담할 위험을 떠안게 되는 것이어서 사회 통념상 이례적"이라며 "실제 공급자와 세금계산서상 공급자가 다른 명의위장사실을 알지 못했고 이를 알지 못한 데에 과실 없는 특별한 사정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E사와의 거래에 대해서도 "실제 재화 인도시기보다 다소 일찍 세금계산서를 발급했던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드렸다.

과세당국은 A사 대표를 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으나 서울북부지검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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