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설 명절을 앞두고 사과와 배 가격을 잡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가격 할인 지원 금액과 주요 성수품 공급 규모를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릴 방침이다.
16일 정부 관계부처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설 민생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16가지 주요 성수품의 평균 가격을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사과와 배 가격 관리에 있다. 정부는 오는 19일부터 설 연휴 직전인 다음 달 8일까지 3주간 사과는 3만8000t, 배는 3만6000t을 각각 공급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사과와 배의 대형마트 정부 할인지원율을 기존 20%에서 30%로 높이고 민간 납품단가를 지원하는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들이 할인 혜택을 온전히 받을 수 있도록 업계 모니터링도 실시할 계획이다.
사과와 배 등 가격이 높은 주요 농·축·수산물에 대한 정부의 할인 지원 금액도 역대 최대인 840억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300억원)보다 세 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업계의 자체 할인 등이 더해지면 최대 6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특단의 조치가 나온 배경엔 최근 ‘사과의 난’이라 불릴 정도로 심각한 가격 폭등이 있다. 정부에 따르면 사과와 배의 설 전 3주간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각각 22.2%와 22.4% 올랐다. 기상 여건 악화로 과일 작황이 부진한 영향이다. 지난 1~10일 기준 설 성수품 평균 가격이 전년 대비 4.1%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다. 정부는 할인 지원 등을 통해 사과와 배 가격 상승률을 10% 미만으로 끌어내리겠다는 계획이다.
설을 앞두고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조치도 시행된다. 오는 20일부터는 온누리상품권 구매 한도가 1인당 월별 50만원씩 높아진다. 이에 따라 지류형은 150만원, 충전식 카드형과 모바일로는 200만원까지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온누리상품권의 총발행 규모도 전년(4조원)보다 1조원 늘어난 5조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전통시장에서 지출한 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율도 올해 상반기에 한해 40%에서 80%로 높아진다.
올해 설부터는 처음으로 전통시장에서 신용카드로 물건값을 계산해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간 할인을 받으려면 모바일앱(제로페이)에서 상품권을 선구매해야 했지만, 가맹점에서 NH카드를 사용하면 자동으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가맹점의 편의를 위해 기존 600만원이었던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의 월 현금환전 한도도 오는 29일부터는 1000만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지난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유예됐던 전기요금 인상분도 1년간 다시 유예키로 했다. 정부는 이 같은 조치로 전국 365만호가 약 2900억원의 혜택을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고스란히 한국전력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명절을 앞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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