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이들 기업의 한국 측 경쟁 상대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3개 기업의 2023년 매출 예상치는 507조원으로 2019년 대비 2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세 기업의 순익은 34조원에서 27조원으로 21% 감소했다.
한국 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의 시대를 종종걸음으로 달려 나갈 때 일본 기업들은 성큼성큼 뛰어나가면서 두 나라 대표 기업의 위상도 크게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직전까지 소니의 매출과 순익은 삼성전자에 비해 각각 3분의 1 수준이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두 회사의 매출 격차는 2분의 1 수준까지 좁혀졌다. 순익은 엎치락뒤치락하는 수준이 됐다. 2019년 현대차와 도요타의 매출 및 순익 차이는 각각 200조원과 20조원이었다. 반면 올해엔 매출과 순익 격차가 각각 270조원과 30조원까지 벌어질 전망이다.
지난 10~20년간 한·일 기업 간 격차는 줄어드는 추세였다. 일본 기업이 인구 1억2500만 명의 내수시장에 안주하는 동안 내수시장만으로 생존이 어려운 한국 기업들은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2002년 약 30만 명인 히타치제작소 임직원 가운데 해외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20%였다. 2022년 36만8000명으로 불어난 히타치제작소 임직원의 57%가 해외에서 근무한다. 소니그룹은 2012년 매출의 68%를 차지하던 전자 사업 비중을 2022년 34%까지 줄였다. 그 사이 엔터테인먼트 사업 비중은 17%에서 51%로 늘렸다.
‘돈 잘 버는 일본 기업’이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 2013년부터 금리와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린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기업들의 실적은 줄곧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이 강화된 덕분으로 보는 전문가는 드물었다.
반면 M&A로 비주력 사업을 잘라내고, 주력 사업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세계 시장에 나선 일본 기업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쟁 상대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 기업에 일본 기업 못지않은 체질 개선이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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