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이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지적은 타당하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는 출산율 하락의 약 26%가 사교육비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교육은 인재를 키우는 핵심 역할 외에도 ‘계층 이동의 사다리’라는 순기능을 해왔다. 부모들은 형편이 어렵더라도 교육을 잘하면 자녀가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오를 수 있다고 믿어 왔다. 이때 공교육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가정환경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에 따라 계층 이동이 가능한 공정한 사회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한국의 공교육은 제 기능을 못 하고 부모의 지위에 따라 사교육이 차등화하면서 교육이 계층 고착화의 수단으로 전락한 듯하다.
사교육은 입시라는 높은 장벽을 넘기 위한 수단이다. 좋은 대학, 좋은 학과를 나와야 평생의 좋은 지위가 결정된다고 생각할수록 입시 경쟁은 치열해지고 선발 기준은 높아진다. 이런 치열한 경쟁을 넘으려면 남보다 조금이라도 성능 좋은 지렛대가 필요한데, 공교육에서 그런 지렛대를 찾을 수 없으니 너도나도 사교육으로 몰리는 것이다. 이런 사회는 공정하지도 않고 희망도 없다.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 이동성’을 높여야 한다. 수능 한두 문제 차이로 대학이 바뀌는 입시 제도를 고치고, 수능 고득점이 아니더라도 창의적인 교내 활동만으로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입시를 다원화해야 한다. 원치 않은 대학에 입학했더라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면 원하는 대학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대학의 문호를 넓혀야 한다. 또한 경제적 이득이 학벌보다 노력과 성과에 따라 공정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노동시장 구조를 바꿔야 한다. 패자 부활이 가능한 역동적인 사회가 희망이 있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인재 양성 방식을 바꿔야 한다. 한국은 초·중등 사교육 지출이 세계 최대인데, 놀라운 사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초·중등 교육예산 비중 역시 세계 최고라는 점이다. 그 덕분인지 초·중등 학업성취도는 세계적 수준이다. 그러나 대학 진학 이후 생산성은 선진국 평균에 크게 뒤처진다. 입시 중심 교육의 폐해이며, 막대한 교육 지출의 낭비다. 우리나라 입시는 모든 학생을 획일적 능력을 갖춘 산업화형 인재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최근 교육부가 수능에서 심화 미적분 배제 계획을 발표한 후 이공계를 중심으로 과학 퇴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그런데 과학이 융성하려면 입시형 인재가 아니라 창의적 인재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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