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임금체불에…'밀린 월급주는 기금' 적자 5배 급증

입력 2024-01-15 18:20   수정 2024-01-16 00:43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조성된 임금채권보장기금이 지난해 17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 기금이 설립된 이후 역대 가장 큰 적자 폭이다. 지난해 임금 체불액이 급증해 기금에서 근로자에게 대신 준 돈이 많았는데 사업주에게서 회수한 금액은 미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임금채권기금 누적 적립금 급감
15일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채권 보장기금은 수입 5602억원에 지출 7356억원을 기록했다. 적자 규모가 1754억원에 달했다. 2022년에도 적자(350억원)를 냈지만 한 해 만에 적자 규모가 다섯 배가량으로 폭증했다.

대규모 적자 탓에 누적 적립금은 2022년 6955억원에서 지난해 5201억원으로 급감했다. 1998년 도입된 임금채권보장기금은 기업이 도산 등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임금·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 국가가 근로자에게 먼저 밀린 임금 등을 지급하고 사업주에게 나중에 청구하는 ‘대지급금 제도’의 재원이다. 기금은 사업주 부담금(보수총액의 0.06%), 사업주의 변제금, 기금 운용 수익금 등으로 조성된다. 기금 운용 수익률은 2022년 -6.59%에서 지난해 10.15%로 반등했지만 급증한 입금체불과 수년째 20%대에 그치고 있는 대지급금 회수율 때문에 크게 악화했다.
○역대급 임금체불·낮은 회수율 ‘이중고’
지난해 임금체불액은 역대 최대 규모에 달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2021년 1조3505억원 수준이던 임금체불액은 2022년 1조3472억원으로 조금 줄었다가 2023년에는 11월까지 1조6218억원으로 이미 전년 수준을 뛰어넘었다. 11월 누적액 기준으로 전년 대비 32.9%나 증가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작년 체불 총액은 집계 중이지만 1조7000억원은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대 최대치이던 2019년 체불액 1조7217억원에 근접한 수치다.

근로자에게 지급한 대지급금을 체불 사업주로부터 돌려받기는 쉽지 않다. 대지급금 회수율은 2020년 21.1%, 2021년 27.1%, 2022년 28.5%를 기록하는 등 수년간 30%를 밑돌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로 인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한계 기업이 늘어나면서 대지급금 회수도 점점 어려워지는 추세다.

대지급금 부정 수급이 기승을 부리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11월에는 친족과 지인 등 허위 근로자 69명을 내세워 15차례에 걸쳐 간이 대지급금 11억3500만원을 부정 수급하게 하고 이 중 9억5300만원을 편취한 사업주가 구속되기도 했다.

국회는 지난 9일 변제금을 미납한 사업주의 정보를 신용정보기관에 제공해 신용 제재를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전까지는 임금체불로 3년 이내에 2회 이상 유죄가 확정되고 1년 이내 체불액이 2000만원 이상인 사업주만 신용제재를 받았다.

이 개정안은 사업주가 대지급금을 빌릴 때 ‘일시적 경영상 어려움’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도록 허용하는 등 융자 문턱을 낮추는 방안도 함께 담겨 있어 자칫 기금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채권 분석을 통해 고액 임금체불 사업장을 위주로 집중 회수에 나서는 등 임금채권보장기금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임금체불 예방은 당정이 추진하는 노사 법치 확립의 핵심”이라며 “추가 제도 개선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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