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변동직불제가 운용되던 2016년 과잉 생산으로 수확기 쌀값이 80㎏당 13만원까지 떨어지자, 변동직불금으로만 그해 농식품부 전체 예산(14조4000억원)의 10%가 넘는 1조5000억원이 투입됐다. 생산만 하면 일정 가격이 보장되다 보니 농가들은 품질을 높이기보다는 수량 늘리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결국 농산물이 과잉 생산돼 가격이 떨어지면서 정부 재정만 더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가격 보장 대상에 다른 작물이 추가되면서 소요 예산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쌀 단일 품목에만 가격보장제가 도입돼도 재정 보전액이 2034년 최대 4조1700억원(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 결과)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른 농산물까지 포함한 재정 추계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직불금 확대와 수입보험 도입 등을 통해 농가 경영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농업 정책의 틀 자체가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격보장제가 관련 예산을 빨아들이며 미래 농업에 대한 투자를 줄여 농업 발전을 막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으로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통해 법사위를 우회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패스트트랙으로 올리더라도 법사위에서 90일, 본회의에서 60일을 채워야 정식 안건으로 채택돼 처리될 수 있다. 5월 29일이면 21대 국회가 종료되고 상정된 법안이 모두 폐기되는 점을 감안하면 일정상 불가능하다.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민주당이 양곡법 개정안 등을 발의한 것은 4월 총선을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농해수위에서 법안이 통과됐다는 것만으로 민주당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자신의 ‘치적’을 홍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종환/황정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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