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하루 구해요." "웨이브 하루 대여 22시까지 구해요."
지난 16일 포털 다음 카페의 한 벼룩시장 게시판에는 이 같은 제목의 거래글이 여럿 올라왔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이트에서 공식적으로는 '이용권 쪼개기' 형태 판매를 금지했으나, 여전히 불법 판매글은 끊이지 않고 있다.
"500원에 드라마 정주행"…OTT 쪼개기 거래 기승
17일 업계에 따르면 포털 커뮤니티 등 온라인 게시판에는 OTT 하루 이용권을 판매 또는 구매하겠다는 내용의 거래글이 상당수 확인된다. 하루 이용권은 보통 500~700원 사이에 거래된다. 판매자는 입금이 확인되면 자신의 OTT 계정과 비밀번호를 구매자에게 공유해준다.온라인에서 OTT 하루 이용권을 자주 거래한다는 대학생 A씨(21)는 "OTT 가격이 오르는 데다 학생 신분이라 여유가 많이 없어 한 달 단위 기존 이용권을 끊기엔 부담이 된다"며 "하루 이용권 수요가 많은데 OTT 업체에서 저렴한 금액에 하루 이용권을 정식 출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OTT 단기 이용권 판매자인 직장인 B씨(27)는 "몇 달 이용권을 끊어도 한 달 내내 다 보는 게 아니라 '키워드 알람'을 해놓고 구매한다는 글이 뜨면 바로 댓글을 달아 이용권을 대여해 주고 있다"며 "구매자가 24시간이 지나도 로그아웃하지 않을 경우 비밀번호를 바꾸면 되기 때문에 거래 사기 부담이 덜하다. OTT 볼 시간이 없는 평일에 자주 대여해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용권 쪼개기 판매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 중 하나로는 최근 OTT 구독료 상승이 꼽힌다. 최근 국내외 OTT 플랫폼은 줄줄이 요금을 인상했다. 넷플릭스는 9500원인 베이직 요금제를 폐지하고 시작 가격 1만3500원으로 올렸다. 티빙은 베이직, 스탠다드, 프리미엄 등 모든 요금제의 가격을 올렸다. 디즈니플러스도 단일 요금 9900원에서 프리미엄 1만3900원 요금제를 신규 개설해 기존 혜택을 모두 옮겨 사실상 요금 인상 수순을 밟았다.
OTT 업체 구독료 줄인상에 사용자들 사이에선 "너무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OTT별로 인기 콘텐츠가 분산 돼 있어 여러 개의 OTT 서비스를 가입하는 사용자가 적지 않다.
지난해 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OTT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구독자들은 평균 1.8개의 유료 OTT를 이용하고 있다. 이 경우 유료 OTT 구독료는 대개 2만원 내외를 내야 하며 실제 OTT 이용에 들어가는 월평균 지출은 1만2005원으로 조사됐다.
개인간 쪼개기 거래…"시스템상 완전한 근절 어려워"
다음은 저작권 위반과 개인정보 유출을 근거로 '쪼개기 판매'를 규제하고 있지만 완전히 근절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고가 들어오면 제재하는 구조인데 일반적으로 게시글이 올라오면 1~2분 내 댓글이 달려 신속하게 거래를 마치기 때문이다. 입금 후 거래가 완료되면 글 제목과 내용은 '마침표(.)'로 바꾸거나, 별도로 소통할 수 있는 오픈 카톡방 링크를 공유하고 빠르게 글을 지우는 등 규제의 눈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현재 국내외 주요 OTT 업체는 '쪼개기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등에서 명시한 회원 약관에 따르면 '회사의 사전 승낙 없이는 서비스를 이용하여 영업 또는 기타 영리적 목적의 활동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나온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약관을 통해 가구 구성원끼리만 계정을 공유하도록 했으나 이를 위반한 개인간의 계정 거래가 계속되자 최근 정책을 바꿔 가구 구성원 외의 사용자가 생길 경우 추가 요금을 부과한다. 동일가구 여부는 단말기 IP주소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내 OTT업체도 현재 약관을 위반한 개인간의 거래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가입 회원들에게 이용약관을 공지하는것 외에는 당장 시스템적으로 조치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OTT 업체들은 현실적으로 하루 이용권 판매가 어렵다고 밝혔다. 구독자들을 유인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 매 분기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고 있는데, 대부분 구독료로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OTT 서비스 하루 이용권 수요가 늘자 2022년 5월 페이센스는 OTT 하루 구독권을 400~600원에 판매한 바 있으나, 업계 반발에 판매가 중단된 바 있다.
웨이브 관계자는 "(구독료를) 한 달치는 기본적으로 받아야 수익을 예측할 수 있고 이것이 투자유인이 될 수 있다"며 "쪼개기 판매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좋지만, 서비스하는 입장에서는 수익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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