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역사의 체코 프라하 심포니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풍부한 보헤미안 색채와 호소력 깊은 사운드로 주목받아온 악단이다. 17일엔 대구콘서트하우스, 18일엔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공연 레퍼토리는 체코가 자랑하는 작곡가 드보르자크의 작품으로 전부 채워진다. 모음곡 ‘전설’로 막을 연 뒤 2014 파블로 카살스 콩쿠르 우승자인 첼리스트 문태국의 협연으로 첼로 협주곡을 들려주고,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로 문을 닫는다.
토마시 브라우너 감독(46)은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모든 오케스트라는 고유한 스타일과 표현을 가지고 있는데, 프라하 심포니의 음악적 성격과 체코 정통 사운드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이 바로 드보르자크의 음악”이라며 “우리가 어떤 악단인지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올 드보르자크’ 프로그램을 들고 왔다”고 했다.
브라우너는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했다. 드보르자크가 조국 체코를 떠나 미국이란 신세계를 발견했을 때 느낀 희열과 환희, 두려움, 충격을 녹여낸 작품이다.
“우울과 기쁨을 모두 담고 있는 매혹적인 선율과 풍부한 상상력, 독특한 리듬은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죠. 그의 교향곡을 연주할 때면 전 드보르자크가 우리에게 어떤 말을 건네는지, 어떻게 인류를 포용하고, 환상의 세계를 열고자 했는지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이를 청중에게 가감 없이 전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몫이죠.”
브라우너는 프라하에서 나고 자란 ‘체코 토박이’ 지휘자다.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를 공부한 뒤 디미트리 미트로폴로스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입상하면서 이름을 알린 그는 플젠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 보후슬라프 마르티누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등을 지내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그는 한국 청중에게 어떤 음악을 들려줄 것인가. “지휘자로서 제가 집중하는 건 연주자 개개인의 진정성 있는 표현을 최대한 끌어내는 겁니다. 악보에 충실한 해석과 연주에 대한 방향성을 지시할 때는 그 누구보다 철저하지만, 무대에 오른 순간만큼은 연주자들이 모든 음을 더 첨예하게 느끼고 선명하게 그려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지휘자의 역할이죠. 그래야만 청중에게 오래 기억될 만한 특별한 음악적 경험을 불러낼 수 있으니까요.”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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