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 불상 모양을 본떠 만든 일명 '부처빵'이 '불교 모욕'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빵 포장 봉투에 적힌 성경 구절로 추정된 문구 때문이다. 현재 가게 측은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논란이 된 구절을 삭제해 판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7일 복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주 부처빵에 숨겨진 비밀'이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했다. 이 글에는 경주 황리단길의 한 부처빵 가게가 판매하는 빵과 관련된 내용이 담겼다.
부처빵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국보 제24호인 석굴암의 본존불 문화재를 모티브로 만든 빵으로 알려졌다. '꼭 가봐야 할 경주 3대 빵집', '경주 여행 필수코스' 등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불교 모욕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온라인에 확산한 글 작성자 A씨도 "부처빵 포장지에 적힌 'ACTS 19:26'을 검색해봤는데 놀랍게도 성경 구절이었다"고 주장했다.
ACTS 19:26은 성경 신약성서 사도행전 19장 26절로, '이 바울이 에베소뿐 아니라 거의 전 아시아를 통해 수많은 사람을 권유하여 말하되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들은 신이 아니라 하니 이는 그대들도 보고 들은 것이라'는 내용에 해당한다. 바울이 우상숭배를 금지하는 가르침을 알려준다는 뜻이다.
A씨는 "우상을 만들면 신이 아니라는 성경 구절을, 부처의 형상을 한 빵의 포장지로 썼다"며 "이 빵을 만든 사람은 도대체 무슨 의도를 가지고 포장지에 성경 구절을 살짝 넣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후 논란이 확산하자 부처빵 판매자는 이날 인스타그램 계정에 'acts19:26 오해입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부처빵은 빵일 뿐 신이 아니라는 의미로 구절을 넣은 것이지 숨겨진 비밀 같은 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나는 무교다. (손님들이) 불교는 불교라서 못 먹겠다 하고 기독교는 기독교라서 못 먹겠다고 해서 마침 '사람이 만든 건 신이 아니다'라는 성경 구절이 있길래 포인트로 넣어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빵은 석굴암 본존불상을 형상화한 빵일 뿐 부처님을 모욕할 마음이 없다는 의미를 중점적으로 전달하려 했는데 내 생각이 짧았다"며 "여러 가지 종교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점을 간과하고 너무 쉽게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점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부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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