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들쑥날쑥한 반려동물 설문조사

입력 2024-01-17 17:15   수정 2024-01-18 00:23

반려동물 한 마리를 키우려면 한 달에 얼마나 필요할까.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6일 ‘2023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서 지난해 반려동물 양육비가 월평균 13만원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양육비는 얼마나 올랐을까 궁금했다. 눈을 씻고 찬찬히 찾아봐도 ‘2022년 양육비’ 데이터는 없었다. 지난해 발표된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따로 찾아보니 2022년 평균 양육비는 월 15만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소비자 물가가 3.6% 올랐으니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양육비 부담도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음식이나 병원 등은 점점 고급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양육비는 13.3%(2만원) 줄었다는 얘기다.

어떻게 된 걸까. 농식품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숫자가 좀 튄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동안의 양육비 상승 흐름을 고려하면 당초 예상과 다른 결과라는 것이다. 반려동물 월평균 양육비는 2020년 11만7000원, 2021년 12만원, 2022년 15만원 등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농식품부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온 이유를 표본의 변화 때문으로 추정했다. 이 관계자는 “작년에 조사 업체가 바뀌면서 조사 대상에서 양서류를 기르는 사람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며 “양서류는 개나 고양이에 비해 병원비가 상대로 적게 들어 전체 결과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했다.

표본 선정 과정에 일관성이 사라지면 데이터 변화를 비교 분석하기가 어렵다. 표본이나 설문 내용, 조사 방식 등이 달라지면 관련 내용을 충실히 설명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농식품부는 보도자료에 이런 설명이나 해명을 ‘쏙’ 뺐다. 2022년 평균 양육비 자료를 제외한 것도 고의적이라는 의심이 든다.

농식품부는 2017년부터 매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를 발표하고 있다. 반려동물 양육비뿐만 아니라 동물 보호 제도 및 법규 인식, 동물 학대에 대한 태도, 반려동물 입양 및 분양, 유실·유기동물 및 동물보호센터에 대한 인식, 동물실험 및 농장동물 복지 인식 등 다양한 조사 결과를 담는 보고서다.

설문 조사 규모와 비용도 상당하다. 만 20∼64세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매년 수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지난해 총사업비는 7500만원에 달했다.

농식품부는 이 보고서를 동물보호·복지 관련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고 한다. 1000만 반려동물 인구 시대, 정부의 반려동물 정책이 허술한 보고서를 토대로 만들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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