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혁신이 고래를 춤추게 하다

입력 2024-01-17 17:17   수정 2024-01-18 00:25

미국 S&P500지수는 지난해 24% 상승했고 최근 다시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으로 미국 경제는 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작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작년 3분기 성장률은 연율 4.9%에 달했다. 한때 9%를 넘은 인플레이션은 크게 둔화하면서 Fed가 올해 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도 높아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속에서도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로 유지되는 것도 긍정적이다. 기술 발전으로 셰일오일이 쏟아져 나온 게 큰 영향을 미쳤다.
비싼 美 주식, 더 오른다는 이유
그러다 보니 미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은 높다. 향후 12개월 이익 전망치에 기반한 선행 P/E는 20배에 이른다. 유럽이 12.6배 수준이고 신흥시장은 11.5배에 그친다. 3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운 일본 증시가 14.8배다. 밸류에이션으로 보면 미국 증시는 추가 상승 여력이 작다는 관측이 나온다.

월가 전문기관 대부분은 미 증시가 올해도 오를 것으로 본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이 계속 다른 나라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통화긴축 정책 완화, 높아진 연착륙 확률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월가가 빼놓지 않고 내세우는 근거 중 하나가 혁신 기술이다. 특히 지난해 미국 증시가 예상 밖으로 질주한 핵심 요인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비만치료제(GLP-1) 개발이 꼽힌다. 혁신이 미 증시에 계속 희망을 불어넣고 있고, 끊임없는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시 인류부터 인간은 끊임없이 일해야 먹고 살 수 있었다. 수렵과 농경을 통해 먹을 것을 확보했고, 생산성 향상으로 잉여 생산품을 만들어 부를 축적했다. 그런데 AI는 일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다는 꿈을 갖게 해줬다. AI가 대신 일하고 인간은 그로 인한 부가가치만 누리게 된다는 얘기다. 그렇게 일하지 않고 먹고 논다면 비만으로 인해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 그런데 때마침 나온 비만치료제는 놀고 먹으면서도 건강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P/E 절반, 한국 증시 해법은
물론 이런 꿈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AI로 인해 많은 사람이 직업과 소득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이뤄진다고 해도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AI 흥분(AI enthusiasm)’ 속에 투자하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가 지난해 239% 오르고도 올해 또다시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다.

한국 증시는 지난해 18.7% 올랐다. 하지만 2022년 하락 폭(24.89%)을 회복하지 못했고, 사상 최고치(3305.21)와의 간격이 크다. P/E는 10배 수준에 그친다. 미국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아시아로만 좁혀도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일본, 중국, 인도 등에 뒤진다.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작아서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시총(1조8174억달러)은 경제 규모가 훨씬 작은 대만(1조9940억달러)에도 뒤져 아시아 6위에 그친다. 남북한 대치, 후진적 지배구조 등 구조적 요인 외에 뭔가 투자자를 흥분시킬 만한 혁신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공매도 금지 등 단기 부양 조치보다 자유로운 경제 환경을 조성하고 혁신 기업을 키우는 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할 정공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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