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전문기관 대부분은 미 증시가 올해도 오를 것으로 본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이 계속 다른 나라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통화긴축 정책 완화, 높아진 연착륙 확률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월가가 빼놓지 않고 내세우는 근거 중 하나가 혁신 기술이다. 특히 지난해 미국 증시가 예상 밖으로 질주한 핵심 요인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비만치료제(GLP-1) 개발이 꼽힌다. 혁신이 미 증시에 계속 희망을 불어넣고 있고, 끊임없는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시 인류부터 인간은 끊임없이 일해야 먹고 살 수 있었다. 수렵과 농경을 통해 먹을 것을 확보했고, 생산성 향상으로 잉여 생산품을 만들어 부를 축적했다. 그런데 AI는 일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다는 꿈을 갖게 해줬다. AI가 대신 일하고 인간은 그로 인한 부가가치만 누리게 된다는 얘기다. 그렇게 일하지 않고 먹고 논다면 비만으로 인해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 그런데 때마침 나온 비만치료제는 놀고 먹으면서도 건강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한국 증시는 지난해 18.7% 올랐다. 하지만 2022년 하락 폭(24.89%)을 회복하지 못했고, 사상 최고치(3305.21)와의 간격이 크다. P/E는 10배 수준에 그친다. 미국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아시아로만 좁혀도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일본, 중국, 인도 등에 뒤진다.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작아서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시총(1조8174억달러)은 경제 규모가 훨씬 작은 대만(1조9940억달러)에도 뒤져 아시아 6위에 그친다. 남북한 대치, 후진적 지배구조 등 구조적 요인 외에 뭔가 투자자를 흥분시킬 만한 혁신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공매도 금지 등 단기 부양 조치보다 자유로운 경제 환경을 조성하고 혁신 기업을 키우는 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할 정공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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