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기 광명 팩토리아울렛. 이랜드리테일이 뉴코아아울렛 2~5층을 개조해 작년 9월 문을 연 이곳 매장엔 점원이 한 명도 없었다. 옷이 무더기로 걸린 행거만 놓여 있었다. 직원이 없는 건 계산대도 마찬가지. 행거에서 상품을 찾아 계산하는 것까지 모두 소비자의 몫이다.
프리미엄 아울렛 같은 서비스와 인테리어가 없는데도 이곳은 사람들로 붐빈다. 최대 80%에 달하는 할인율 때문이다. 40만원대 코트를 8만원에 내놓고 5000원 넥타이, 9900원 셔츠 등 1만원 이하 제품을 대거 들여놔 ‘가성비 쇼핑몰’로 입소문이 났다. 지난해 다른 프리미엄 아울렛 매출은 전년보다 비슷하거나 줄었지만, 광명 팩토리아울렛만큼은 4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불황형 소비’가 유통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 창고형 아울렛과 실속형 뷔페 등 ‘한물갔다’는 얘기를 들었던 사업이 고물가 시대에 제2의 전성기에 접어들고 있다.
고객 수와 매출 증가가 뒤따랐다. 특히 광명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팩토리아울렛을 찾아오는 고객이 평균 120% 증가했다. KTX로 충청권과 영남권에서 온 고객도 각각 186%, 142% 늘었다. 캐주얼·남성복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씩 뛰었다. 이랜드리테일은 오는 3월엔 서울 천호점을 리뉴얼해 ‘팩토리아울렛 2호점’을 열기로 했다. 연내 13개까지 점포를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아울렛의 원조 격인 마리오아울렛도 지난해 10월 아디다스 재고를 싸게 파는 ‘아디다스 팩토리 아울렛’을 열어 성과를 내고 있다.
CJ푸드빌의 뷔페형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도 지난해 매장당 월평균 매출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와인·맥주 무제한 서비스 등이 주효했다. 중저가 뷔페인 ‘애슐리’는 2022년 59개이던 매장 수를 지난해 77개로 확대했다.
실속형 뷔페의 부활은 1인당 10만원이 훌쩍 넘는 오마카세와 파인다이닝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서울에서만 총 577곳의 일식집이 문을 닫았다. 고가 오마카세 매장도 다수 포함됐다. 국내 최대 파인다이닝 외식기업인 오픈도 자금난에 빠져 고급 레스토랑을 잇따라 폐점하고 있다.
초저가를 넘어 초초저가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중국 직구 앱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급부상도 불황형 소비 확산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앱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 리테일, 굿즈 등에 따르면 알리와 테무는 지난해 한국인 사용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앱 1, 2위에 올랐다. 알리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MAU)는 713만 명으로 쿠팡과 11번가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