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17일 발표한 ‘2024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통해 부실 사업장 재구조화 촉진과 정상 사업장 지원 강화를 병행하면서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옥석 가리기’를 빠르게 추진해 시장의 불안심리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먼저 은행을 뺀 제2금융권이 부동산 대출과 관련한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손충당금은 회수하기 어려운 부실채권의 일부 또는 전부를 미리 손실(비용)로 처리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의 토지담보대출 부실채권 충당금을 PF 대출 수준으로 늘리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한다. 예컨대 부실채권 중 ‘회수의문’ 등급은 현재 토지담보대출은 채권액의 55%를, PF는 75%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이를 모두 75%까지 쌓도록 할 계획이다. 농협 수협 신협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권의 충당금 적립 기준도 동일하게 상향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2금융권 손실을 미리 많이 반영할 방침”이라며 “PF 사업장에서 돈을 받지 못하는 사고가 날 경우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조치가 반영되면 부실 PF에 대출해준 저축은행 등 대주단 입장에선 만기를 연장해 줄 유인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상당수 PF의 시행사나 대주단은 낮은 사업성에도 만기를 연장하면서 버티고 있다. 향후 금리가 내려가면 공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대손충당금을 늘려 유지비가 커지면 대주단이 대출 만기 연장을 중단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정리되는 사업장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결성한 PF 정상화펀드가 경·공매에 나온 PF 사업장의 자산을 직접 취득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PF에 신규 자금을 지원할 때 대주단과 협의해 해당 PF의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만 가능했다. 정상화펀드가 경·공매에 참여하면 낙찰 가능성이 커져 부실 PF의 정리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사업성을 갖춘 정상 PF 사업장에는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등의 지원을 지속할 계획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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