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교수는 “인수위 때 저출산TF 대신 ‘인구와 미래정책’을 팀 이름으로 정한 것은 당장의 출산율 반등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을 이번 정부 5년간 잘 만들어놓으면 중장기적으로 자연스럽게 인구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취지였다”며 “정부 출범 이후 저출산고령위에 참여했지만 이전과 같은 정책만 내놓고 있어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저출산고령위 위원이 사의를 밝힌 것은 최근 국민의힘 공약개발본부장으로 이동한 홍석철 전 상임위원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저출산고령위는 부위원장과 상임위원, 관계부처 장관 등 9명의 정부위원과 14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홍 전 상임위원은 민간위원 자격으로 위원회에 계속 참여하기로 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당장의 출산율 반등이 무의미하다고 보는 것은 출생아 수 감소가 이미 한동안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출생아 수가 30만 명 밑으로 떨어진 현 상황에서 출산율을 0.7명에서 0.8~0.9명으로 높여도 인구가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출생아 수가 30만 명을 넘으려면 0.7명대인 출산율이 단숨에 1.09명까지 올라야 한다”며 “이는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태어나는 아기 숫자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10년 뒤 아이를 충분히 낳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년 연장과 연금개혁 등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한 인구정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정년 연장은 노후 준비와 상속 등의 계획을 세우는 데 필수 요소”라며 “금융사 입장에서도 개인연금 등에 대한 상품 전략이 연결된다”고 했다. 연금개혁에 대해선 “보험료율 조정이 가처분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영향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산율과 인구는 경쟁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는 게 조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출생아 수가 40만 명 정도인 2010년대생은 경쟁을 인식하는 정도가 현재 젊은 세대보다 훨씬 작다”며 “경쟁이 줄어들면 자연스러운 본능에 의해 결혼과 출산이 확산할 수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정부가 기업에 비해 위기의식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내놨다. 그는 “기업은 내수 시장에 기댈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는 등 변화를 시작하고 있다”며 “반면 정부와 정치권은 인구가 서서히 감소하기 때문에 변화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 교수의 지적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인구 감소에 따른 사회적 변화와 적응에 힘쓰는 것보다는 출산 및 육아 친화 정책을 통한 출산율 제고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성용 전 한국인구학회장은 “출산율 하락을 막는 ‘완화’ 정책과 상황을 받아들이고 대비하는 ‘적응’ 정책은 인구학의 큰 두 축”이라며 “인구 적응 정책을 펴더라도 출산율을 높이는 대응과 함께할 때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최형창/강진규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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