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부터 코스피지수가 힘을 못 쓰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바닥일 것'이라는 심리에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상품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의 증시가 강세를 나타내는 상황 속에서 향후 국내 증시도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일주일(7거래일)간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장지수펀드(ETF)는 'KODEX 레버리지'로 이 기간 472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한다.
코스닥150지수를 기초지수로 일간변동률을 2배로 추종하는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를 그 다음으로 많은 672억원어치 사들였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00'도 433억원어치 순매수해 그 뒤를 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은 2차전지와 반도체에 대한 기대감도 놓지 않았다. KODEX 2차전지산업 ETF가 추종하는 에프엔가이드 2차전지 산업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도 이 기간 104억원 순매수했다. TIGER Fn 반도체 TOP10도 100억원어치 사들였다.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감과 달리 최근 코스피지수는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2022년 5월 이후 처음으로 8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걷던 코스피는 소폭 반등하는가 싶더니 전날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로 한 달 만에 2500선을 내줬다. 지수가 종가 기준 2500선 아래로 내려간 건 지난달 7일 이후 40여일 만이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데다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외국인과 기관 자금이 동반 이탈하고 있는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일본과 미국 증시는 기술주 중심으로 연초부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올 들어 정보기술(IT), 자동차, 헬스케어 등 주력 업종에 대거 매수세가 몰리면서 7.35% 치솟았다. 미국 S&P500지수도 기술주의 선전에 힘입어 0.29% 올랐다. 다만 이날 뉴욕증시는 미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기대에 대한 경계감 속에 주춤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기업실적 상향 기대가 더 강화되지 않고 있다"며 "반도체 업황이 최악은 벗어났으나 재고가 많아 실적이 가파르게 회복되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해 당분간 글로벌 대비 국내 증시의 부진이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관측했다.
증권가는 증시 조정장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는데다 홍해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경제지표 발표 등이 변동성을 키울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이번주 미국 12월 소매판매, 광공업 생산 발표 등 미국의 경제지표 발표가 다수 예정돼 있어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며 "여전히 견고한 소비 동력(모멘텀)을 확인할 경우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채권금리·달러 반등 증시 변동성 확대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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