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5일부터 3박5일 일정으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국내에서 총리가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것은 2009년 한승수 총리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포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했다.
그래서일까. 한 총리의 다보스포럼 방문 첫날인 16일(현지시간) 일정은 제대로 된 휴식 시간도 없이 주요 정상들과 글로벌 기업인들과의 만남으로 빽빽이 들어찼다. 우선 한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께 다보스 행사장에 도착해 신(新)원자력을 주제로 하는 비공개 세션에 참석했다. 세션이 끝난 후 간단히 요기만 한 채 세계 1위 풍력터빈 기업인 베스타스의 헨릭 앤더슨 회장과 만났다.
이어 세계 최대 유·무선 통신 및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시스코의 척 로빈스 회장과 만나 사이버 보안, 디지털 인재 양성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시스코 회장과의 면담이 끝난 지 10분 만인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는 팜 밍 찡 베트남 총리와 양자 회담을 개최했다. 특히 다음 일정을 앞두고 시간이 촉박하자 포럼 메인 행사장인 콩그레스 센터까지 향하는 길에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지만, 카트도 타지 않은 채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하기도 했다.
한 총리의 일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베트남 총리와의 양자 회담을 마친 후 곧바로 ‘인공지능: 위대한 균형자(AI: The Great Equaliser)’ 세션의 주요 패널로 참석했다. AI 관련 각계각층 및 전 세계 각국의 공평한 접근 방안에 대해 개발도상국 장관들 및 루스 포라트 구글 최고투자책임자(CIO)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세션이 끝난 후엔 곧바로 주최 측이 마련한 만찬에 참석했다.
한 총리의 이 같은 일정은 포럼 방문 둘째 날인 17일에도 비슷하게 짜였다는 것이 총리실 설명이다. 10분 간격으로 각종 세션 및 글로벌 기업인들과의 비공개 회동 일정으로 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는 1949년생으로, 7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다. 작년 말 부산 엑스포 유치 때부터 해외 출장 등 강행군이 이어지면서 한 총리를 가까운 거리에서 수행하는 총리실 및 외교부 직원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총리는 이날 기자와 만나 “강행군이 이어지면서 오랜만에 감기몸살에 걸렸다”면서도 “세계 주요 정상들과 기업인이 참석하는 다보스 포럼에 왔는데 (총리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술과 담배를 일절 하지 않는다. 평소 조금씩 시간이 날 때마다 수영 등을 통해 체력을 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다보스포럼에서 분초를 아껴서라도 주요 세계 정상들과 기업인들을 더 많이 만나겠다는 총리의 의지가 강하다”며 “남은 포럼에서도 이런 강행군이 계속될 것 같다”고 밝혔다.
다보스=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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