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의 역습…'물류 2024년 문제' ①에서 계속 일본은 지금 물류망을 뜯어고치느라 비상이 걸렸다. 고속도로에 무인 트럭 전용노선을 만들고, 높이가 낮은 기차, 일반 면허로도 운전할 수 있는 트럭, 화물 신칸센 등을 개발하는 등 물류망을 개조하는데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일본이 시급하게 시도하는 대책들의 공통점은 트럭, 보다 정확히는 트럭 운전기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다. 일본의 트럭 운전기사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일본은 지금 '물류 2024년 문제'로 비상에 걸려 있다. 물류 2024년 문제란 오는 4월부터 트럭 운전기사가 부족해 택배를 포함한 물류의 상당 부분이 멈추는 사태를 말한다.
일본의 주52시간 근무제도인 일하는 방식 개혁 관련법 시행에 따라 4월부터 트럭 운전기사의 연간 잔업시간이 960시간 이내로 제한되면서 생기는 변화다. 가뜩이나 일할 사람이 없는데 그나마 있는 사람의 일하는 시간도 줄어드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물류 2024년 문제'를 인구감소의 역습 가운데 가장 치명적일 수 있는 문제로 꼽는다.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지구 온난화로 지구가 죽느냐 사느냐 하는 마당에 트럭 운전기사가 부족한게 대수냐는 반응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물류 2024년 문제가 일본 경제와 일본인의 일상에 주는 충격은 예상보다 훨씬 크다. 26조엔(약 234조원) 규모인 일본의 물류시장에서 트럭이 차지하는 비중은 16조엔으로 약 60%에 달한다.
금액이 아니라 무게 기준(2018년)으로는 총 47억2700만t의 물류 가운데 92%인 43억3000만t을 트럭이 담당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대로라면 오는 4월 트럭 운전기사 14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게 되면 화물 수송능력이 2019년보다 14.2%(4억t 상당) 줄어든다.
미래는 더 암울하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2030년이면 일본 전역의 화물 35%가 멈춰서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호쿠와 시코쿠 같은 국토의 주변 지역은 화물의 40% 이상이 트럭 운전기사가 없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인구감소의 역습..‘물류 2024년 문제’③으로 이어집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