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시점 봄 아닌 여름"…美·유럽 증시 '우수수'

입력 2024-01-18 07:46   수정 2024-01-18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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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글로벌 주요 증시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미국과 영국,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등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축소된 영향이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6.77포인트(0.56%) 하락한 4,739.21로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88.72포인트(0.59%) 내린 14,855.62에 장을 닫았다. 장중 두 지수의 낙폭은 각각 0.9%, 1.2%까지 커지기도 했다.

미 국채 시장도 힘이 빠졌다. 10년물 금리는 이날 한 달여 만에 최고치인 연 4.064%까지 올랐다.

같은 날 발표된 미국의 소비 지표가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연착륙(소프트랜딩) 가능성을 키웠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미 소매판매(최종 상품 판매량)가 전월 대비 0.6% 증가한 7099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4% 증가)와 전월치(0.3% 증가)를 모두 넘어섰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휴 기간 대규모 할인 행사가 소비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스위스 자산관리회사 GAM인베스트먼츠의 찰스 헵워스 투자 디렉터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조기에 금리를 낮출 거란 희망이 다소 낙관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럽 증시의 낙폭은 더 컸다. 벤치마크 격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이날 전일보다 5.35포인트(1.13%) 밀린 467.71에 종료했다. 하락 폭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가장 컸다. 영국 대표 지수인 FTSE100지수 역시 전날 대비 112.05포인트(1.48%) 빠진 7,446.29에 거래를 마쳤는데, 작년 8월 중순 이후 최대 폭으로 주저앉은 것이다. 이 밖에 프랑스 CAC40지수(-1.1%), 독일 DAX지수(-0.8%) 등이 줄줄이 내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이날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을 봄이 아닌 여름으로 거론하면서 유럽 증시가 출렁거렸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봄에 금리가 낮아질 거란 시장의 기대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시점을 여름으로 제시한 일부 ECB 집행위원들의 견해에 동의하냐는 질문에 그는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얘기하고 싶다”면서도 “유보적인 입장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큰 충격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현 금리 수준은 정점이지만, 인플레이션의 지속적 완화를 위해선 필요한 만큼 제한적 금리 정책이 필요하다”며 “너무 빨리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가 (나중에) 더 강도 높은 금리 인상으로 돌아오게 될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라가르드 총재는 블룸버그TV와의 별도 인터뷰에서 “늦은 봄까지는 (금리 정책 판단에 필요한) 임금 인상률 관련 정보를 얻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노동집약적 서비스 부문에서의 물가 상승률이 4% 수준으로 너무 높아 임금 상승의 위험이 있다”며 “지난해 유로존 직원 1인당 임금이 5.2% 인상되는 등 물가 압력이 여전히 강하다”고 짚었다.

ECB 금리결정위원회에 속해 있는 클라스 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CNBC방송 인터뷰에서 “시장의 기대가 커질수록 금리 인하 확률은 줄어들 것”이라며 라가르드 총재의 견해에 힘을 실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시장은 현재 ECB가 올해 중 총 157bp(1bp=0.01%포인트)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번에 25bp씩 베이비스텝을 가정하면 총 6회 인하를 전망한 셈이다.

영국의 물가 상승률이 ‘깜짝’ 반등세를 나타낸 것도 통화 완화 기대감을 위축시키는 요인이었다. 영국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0%(전년 대비)로, 2월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 반등했다. 시장 추정치(3.8%)도 웃돌았다. 2022년 10월 11.1% 수준이던 영국 CPI 상승률은 하락세를 거듭해 2022년 3월 3.9%까지 낮아진 상태였다. 이 수치가 3%대에 진입한 건 2021년 9월 이후 약 2년 만이었다.

JP모간프라이빗뱅크의 글로벌 시장 전략가 매튜 랜든은 “(이번 물가 데이터로 인해) 영란은행(영국 중앙은행)이 피벗 시점을 늦출 것이 거의 명확해졌다”며 “영란은행이 올해 얼마나 큰 폭의 금리 인하를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시장은 너무 많이 기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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