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스피커를 무상으로 교체해드립니다.”
주부 김정미 씨(58)는 최근 아파트 중앙광장에 설치된 천막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솔깃했다. KT가 경비실 안내 방송에 주로 쓰이는 스피커를 최신형으로 바꿔준다는 안내였다. 천막에 대기하고 있던 KT 직원은 “모든 진행비가 무료이니 부담 갖지 말고 신청하라”고 했다.
하지만 공짜는 없었다. 스피커를 교체하러 온 직원은 TV·인터넷을 교체하라고 거듭 설득했다. ‘스피커 교체 출장비도 안 나온다’며 막무가내였다. 결국 김 씨는 미안한 마음에 KT로 옮겼다. 김 씨는 “KT의 상술에 당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토로했다.
KT 측은 최신형 스피커는 물론 시공비까지 회사가 부담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파트 연식이 오래될수록 스피커 성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교체 수요가 꾸준한 점을 노린 것이다. 일부 지사는 이 같은 활동을 ‘KT 무상 자선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
실상은 스피커 교체는 유인책이고, 방문 판매에 가깝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집안을 방문한 직원이 어떤 TV·인터넷 요금제에 가입했는지를 확인한 뒤, KT가 아니면 교체를 설득하는 식으로 영업을 벌이기 때문이다. 스피커 교체 작업엔 약 5분이 소요되지만 이후 20분을 TV·인터넷 판매에 쏟는 것으로 전해졌다.
‘출혈 경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부 지사는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 TV·인터넷 사용자에게 위약금 전액을 지원하면서 40만~45만원 상당의 사은품까지 지급한다. KT가 초고속인터넷 1위 사업자 지위를 이어가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과도하게 투입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 역시 TV·인터넷을 교체할 때 적게는 30만원, 많게는 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이나 상품을 지급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초고속인터넷 회선 수 점유율은 KT가 40.8%로 가장 높다. SK브로드밴드(SK텔레콤 통한 가입 포함) 28.7%, LG유플러스 21.4% 순이다.
KT엔 관련 VOC(소비자 민원)가 여러 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KT 관계자는 “불완전 판매에 가깝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선 계약 해지 및 환불 조치를 하고 있다”며 “판촉 활동 전반에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