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장사 이사 중 절반 이상이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의무 공시를 감독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삼일PwC 거버넌스센터는 ‘거버넌스포커스’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미국 회계법인 PwC가 작년 미국 상장사 이사 6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1%는 ESG 의무 공시 감독 준비가 돼 있다고 응답했다. 전년 응답률(25%)에 비해 두 배 가량 늘었다. 삼일PwC는 “공시 의무화를 준비해야 하는 한국 기업 이사회도 ESG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미국 상장사 이사진 열 명 중 네 명은 ESG와 기업 전략간 연관성을 잘 이해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54%만 ESG가 기업 전략과 연결돼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 전략과 ESG 연계성이 있다는 응답은 2021년(64%), 2022년(57%) 등 해마다 줄고 있다. 응답자의 40%는 이사회가 탄소 배출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고, 37%는 기후 위험과 관련 전략을 이해하지 못하고 답했다. 삼일PwC는 “이사회가 ESG 관련 사안에 대해 다방면으로 깊게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연례 전략 회의 등 중요 회의에서 ESG 관련 위험과 사업 기회를 파악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PwC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이사회 구성원 교체에 대한 이사들의 생각도 조했다. 이사회 구성원을 교체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5%에 달했다.
반면 작년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소속 기업의 연간 이사 교체율은 7%에 불과했다. 구성원이 교체를 희망하는 이사의 수에 비해 실제 교체된 이사의 숫자가 매우 적다는 의미다.
삼일PwC 거버넌스센터 관계자는 “이사회 평가가 형식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현재 이사회 평가 방식과 절차를 면밀히 검토하고 모범 사례를 활용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거버넌스포커스 보고서엔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가 ‘기업지배구조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작성한 특별 기고문도 실렸다.
조 교수는 기고문을 통해 “일반적인 거버넌스는 법적으로 개별 회사에 적용되는 반면, 한국에서는 그룹 차원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규율하는 메커니즘이 없다”라며 “한국 대기업 집단의 거버넌스 핵심 이슈는 그룹 차원에서 생길 수 있는 창업자 가족의 대리인 비용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로 집약된다”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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