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찾은 제주 서귀포시 중문농협의 고품질감귤 선별장에선 감귤 분류 작업이 한창이었다. 중문농협은 쏟아져 들어온 각 농가의 감귤 샘플(표본)을 파즙(잘라서 즙을 내는 것)해 당도를 측정한다. 샘플의 당도가 13브릭스 이상으로 나온 농가의 감귤들은 이곳으로 옮겨져 ‘비파괴 당도 선별기’를 거친다. 이 기계가 감귤에 흠집을 내지 않고 광센서로 빛의 굴절률을 이용해 당도를 측정한다. 당도 13~14 브릭스의 감귤과 15브릭스 이상의 감귤은 별도로 분류된다. 강용훈 중문농협 유통사업단 계장은 “같은 상자의 감귤 맛이 들쭉날쭉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고당도 감귤의 몸값이 오르고 있다. 프리미엄 과일 수요를 잡기 위한 유통업계와 안정적인 판로와 높은 수입을 기대한 제주 감귤 농가 모두 고당도 감귤 시장 선점에 나섰기 때문이다.
종전엔 감귤 농가에게 고당도 감귤은 ‘빛 좋은 개살구’였다. 단가는 높지만 전용 상품을 만들기엔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했고, 생산량을 높이기 위한 재배 과정은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고당도 감귤 생산 농가들은 ‘성목(다 자란 나무) 이식’을 한다. 성목이식은 옆의 나무 그늘로 인해 광합성이 안 되는 걸 막기 위해 감귤 나무를 5~6m 간격으로 넓게 벌려 심는 방식을 말한다. 빛 반사율을 높여 나무 아래에 열린 감귤도 충분한 광합성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바닥엔 새하얀 타이벡 필름도 깐다. 기존의 감귤 나무를 모두 뽑아 새로 심으면 감귤이 열리기까지 시간이 걸려 3~5년 간 수입을 포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고당도 감귤 재배에 뛰어든 농가는 최근 크게 늘었다. 전용 선별장이 생긴 덕분에 프리미엄 상품화에 성공했고, 독점 계약으로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된 덕분이다. 여기에 판매 단가가 높은 ‘백화점용’ 감귤이란 인식도 한몫했다. 이날 농가에서 만난 나석우 생산자는 “일반 감귤을 재배할 때 1년에 4000관(3.75㎏) 판매했는데 성목이식을 한 뒤 2800관밖에 판매를 못하는데도 연 수익은 4배 이상 늘었다”며 “850평(약 2810㎡)에서 나오는 매출이 일반 노지 6000평(약 19834㎡)에 맞먹는다”고 말했다. 이어 “고정적인 판로가 확보되니 맛있는 귤만 잘 만들어내면 돼서 좋다”가 덧붙였다.
여기에 일반 감귤 가격이 치솟으며 반사 효과까지 봤다.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 소매가격에 따르면 전날 기준 감귤의 평균 소매가격은 10개 4374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3335원)보다 31.2% 올랐고, 평년 가격(올해를 제외한 5년간 가격에서 최고치와 최저치를 제외한 평균값)을 기준으로 하면 무려 47.3% 비싸다. 도매가격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7년 이후 27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제주감귤출하연합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1월 9000원대던 감귤 도매가격(5㎏ 기준)은 올 1월 1만4477원을 기록했다.
반면 고당도(13~14브릭스 기준) 감귤 판매가는 4만원으로 전년(3만9000원) 대비 2.5% 오르는데 그쳤다. 여전히 고당도 감귤이 비싸지만 일반 감귤과 가격 차이가 줄어들며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이 생긴 것이다.
고당도 감귤을 확보하기 위한 유통업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고당도 감귤 생산량이 가장 높은 지역 농협을 선점한 신세계백화점에 이어 일부 유통업체는 특정 지역 농협 등과의 독점 판매 계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문농협 관계자는 “고당도 감귤은 올해 생산량이나 가격이 거의 비슷해 일반 감귤과의 가격 차이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찾는 수요가 최근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서귀포=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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