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CES는 150개국에서 4300개 업체가 참여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참관인은 13만5000명으로 완전히 예전 상태로 돌아가지는 못했지만 급증하는 추세다. 주관기관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CES 2024의 화두는 ‘한국(Korea)’이라고 단언할 만큼 한국은 784개 전시업체, 1만3000명 참관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CES 2024에서 가장 돋보인 기술은 단연 인공지능(AI)이다. 글로벌 기술 경쟁의 핵심인 챗GPT 등 생성형 AI를 필두로 분류형 및 예측형 AI를 망라한 AI 기술이 제품에 내장된 ‘온디바이스 AI’가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사람 말을 이해하고 대화하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비서’는 낯설거나 신기한 모습이 아니다. 빠르게 현실이 되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기술은 복합적이다. 경량 언어모델(sLLM), 이와 대형 언어모델(LLM)의 결합인 하이브리드 모델 등 생성 AI 기술뿐 아니라 AI 반도체 및 센서, 데이터 인프라, 디지털 트윈, AI 플랫폼, 로봇 등 전방위적으로 AI 생태계 경쟁이 벌어질 것이 예고되고 있다. 우리로서도 시대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국가적 대응이 시급하다.
CES 2024에서 AI 등 많은 혁신 기술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나, 그 ‘흐름’과 ‘방향성’을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기술만 보는 것은 바다 표면에 찰랑이는 파도를 보는 것과 같아 심연의 저류를 놓칠 수 있어서다. 작년 CES부터 시작된 ‘기술 혁신’ 자체에서 ‘기술 혁신의 목적’으로 관점이 전환한 데 주목해야 한다. 즉 ‘기술을 위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인류의 당면 난제를 해결하고 비전을 실현하는 ‘인류를 위한 기술 혁신’이어야 한다는 것이 CES 2024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요, 시대정신이다.
올해 슬로건(All Together, All On)이나 2년 연속 강조한 ‘모두를 위한 인류 안보(Human Security)’에도 이런 메시지와 시대정신이 녹아들어 있다. CES 혁신상 선정과 CTA가 제시하는 미래 트렌드의 핵심 기반임을 이해해야 한다. 현재의 대전환 시대를 주도하는 양대 축인 디지털화와 지속 가능성도 같은 맥락이다. 환경과 인류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목적이고, AI 전환과 같은 디지털화 내지 디지털 전환은 수단이다. 이 시대정신의 변화를 이해해야 디지털화와 지속 가능성의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둘 다 이룰 수 있다. 이를 이루는 기업과 국가가 결국 승자가 될 것이다.
CES 2024의 다른 중요한 메시지는 협력이다. 슬로건은 물론 모든 기조연설이 협력의 중요성을 이구동성으로 강조했다. 기술 중심에서 목적 중심으로 전환하며 인류의 난제 해결 및 비전 실현을 위해서는 개별 기술, 기업, 국가로는 어렵고 함께 협력해야 이룰 수 있음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 기술 중심이고 협력에 취약한 한국 기업과 정부가 국내외 협력의 획기적 확대에 주력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 면에서 CES 2024에 역대 최대 규모 한국인과 한국 기업의 참여가 다소 지나치지 않았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사후 분석과 보완으로 우리 기업의 숙명인 글로벌화 노력을 중단 없이 계속해야 할 것이다. 많은 교훈을 남긴 CES 202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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