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재호 태재대 총장 "AI가 의정활동 평가…국회의원 등수 매길 것"

입력 2024-01-18 18:27   수정 2024-01-19 01:29


“인공지능(AI)의 등장은 큰 사건이에요. 작게는 정치 시스템, 크게는 문명사를 바꿀 수 있습니다.”

염재호 태재대 총장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가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와 비슷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염 총장은 “금속활자 시대 이전엔 신부의 말씀만이 진리였고 얼마든지 정보의 왜곡이 가능했다”며 “종교 권력의 거짓말이 드러나고 르네상스가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은 인쇄술의 발달로 독일어 성경이 대중화한 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I가 좀 더 발달하면 국회의원 등 정치인의 공과를 숨길 수 없게 된다”고 전망했다. 국회의원의 입법 성과와 SNS 발언은 물론 학교 폭력과 탈세, 위법행위 등까지 낱낱이 드러나게 된다는 논리였다. 염 총장은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을 점수화한 뒤 1등부터 300등까지 매기는 AI가 등장할 것”이라며 “싫든 좋든 국회의원들이 착하게 살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AI가 정치에 개입하면 팬덤을 활용해 가짜 정보를 퍼트리는 등의 부작용이 심해지지 않겠냐는 지적과 관련해선 “AI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답했다. 염 총장은 “디지털 권리장전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AI가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의 종류를 늘리고 작동 기준도 명확히 하면 AI의 악용 사례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과 비례대표제 등 우리가 당연시하는 정치 시스템이 최선의 선택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염 총장은 “대통령제는 250년이 안 된 제도”라며 “사법권 독립이 핵심이지만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 나라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선출 방식과 관련해서도 “연금제도 등 대부분 사안은 세대와 연령에 따라 의견이 갈린다”며 “사는 곳(지역구 의원)이나 직업군(비례 의원)을 기준으로 유권자를 나누고 대표자를 뽑는 방식이 유효한지 의문스럽다”고 평가했다.

염 총장은 “20세기의 DNA가 지배하는 분야가 여전히 많다”며 “AI의 등장을 계기로 더욱 효율적인 정치와 사회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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