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사장은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허 사장은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그룹 4세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2019년부터 GS칼텍스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이번 포럼에선 공식 세션에 참석하는 대신 간담회나 고객사와의 만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허 사장은 수행 직원 없이 혈혈단신으로 백팩을 멘 채 포럼장을 누비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허 사장은 탄소중립 시대를 앞두고 바이오 연료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GS칼텍스는 화이트 바이오 생태계 구축을 위해 바이오디젤, 바이오선박유, 바이오항공유 등 바이오 사업 전반에 관한 가치사슬(밸류체인)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화이트 바이오는 바이오 공정을 통해 바이오매스 원료로부터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분야를 뜻한다. 석유나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서 만들어지는 화학물질을 대체할 수 있어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허 사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에너지 요금이 폭등하면서 바이오 연료의 중요성이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했다. 특히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분야를 주도하는 유럽에서도 바이오 연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린에너지로 가는 과도기에 바이오 연료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 사장은 바이오 연료의 ‘확장성’에 대해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GS칼텍스는 HMM, 대한항공과 바이오 선박유·항공유에 대한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바이오 연료 가격이 기존 연료 대비 2~5배 비싸다는 점이다. 기술 개발을 통해 최대한 원가 부담을 낮추더라도 친환경 연료의 최종 제품 가격은 기존 대비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허 사장은 “친환경 바이오 연료의 가격 부담은 현실적으로 최종 소비자가 질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소비자가 기꺼이 친환경 연료에 비싼 가격을 내고 부담할 의지가 있느냐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포럼에서 만난 셸과 셰브런 등 메이저 석유업체 최고경영자(CEO)들도 GS칼텍스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친환경 연료 보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는 게 허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바이오 연료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도 만능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허 사장은 전기차 보조금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가 당장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지만, 한없이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바이오연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정부와 에너지업계가 머리를 맞대 친환경 연료를 확대 보급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허 사장의 설명이다.
다보스=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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