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초등학교 입학생은 약 39만 명으로 예상된다. 사상 처음 30만 명대다. 2~3년 뒤에는 20만 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이 자원’인 나라에서 큰 문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를 더 많이 낳은 것이 가장 손쉽게 떠올릴 수 있는 대책이지만, 인적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모두에게서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그런 점에서 <히든 포텐셜>은 시의적절한 책이다. <오리지널스> <싱크 어게인> 등으로 유명한 애덤 그랜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의 신간이다. 그는 책에서 “남달라 보이는 재능이나 자질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라며 “누구나 자신 안에 숨은 잠재력을 발굴하고 키워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책에는 그런 사례가 가득하다. 1991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전국 중학생 체스대회가 열렸다. 강력한 우승 후보는 뉴욕 명문 사립학교 돌턴스쿨이었다. 이 학교 학생은 유치원 때부터 체스를 배웠다. 재능을 보인 아이들은 따로 방과 후 지도를 받아 대표로 선발됐다. 하지만 그해 우승은 뉴욕 할렘 빈민가 아이들이 다니는 공립학교 레이징룩스 차지였다.
코치인 모리스 애슐리는 대표로 뛸 학생을 선발할 때 실력이 아니라 품성을 봤다. 체스를 잘하려면 오랜 시간 연습해야 한다. 게임을 복기하고 새로운 전략을 세우기 위해선 주도력, 절제력, 결의가 필요했다. 애슐리는 가르치는 방법도 달리했다. 체스 말을 움직이는 기본 규칙부터 가르치는 건 아이들을 따분하게 했다. 그는 가장 흥미진진한, 게임 막판에 상대를 외통수에 몰아넣는 방법부터 가르쳤다. 흥미를 느끼자 배우려는 열의가 일어났다.
저자는 “뛰어난 재능, 똑똑한 두뇌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바로 품성”이라고 강조한다. 품성(character)은 타고난 자질이 아니다. 후천적으로 갈고닦을 수 있는 행동 유형을 가리킨다. 예컨대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해보는 것이 그런 예다. 외국어를 배울 때 틀리든 맞든 말을 자주 해보는 게 도움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일부러 불편하고 도전적인 상황에 자신을 놓는 것, 주도적으로 배우려는 자세를 갖는 것도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 중요한 품성으로 꼽았다.
품성이 다가 아니다. ‘임시 구조물’도 중요하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서기 위한 발판이다. 애슐리 코치가 아이들에게 체스를 가르칠 때 게임 막판부터 가르쳐 흥미를 돋운 것이 임시 구조물의 예다. 미국프로농구(NBA) 역사상 최고 슈터로 인정받는 스테픈 커리도 그랬다. 연습을 재미있게 만드는 동시에 기술적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놀이 같은 연습을 고안했다. ‘21’은 1분 동안 3점 슛, 점프 슛, 레이업으로 21점을 내는 연습이다. 대신 슛을 던질 때마다 코트 중앙까지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와야 한다.
잠재력 발휘를 위한 마지막 요소는 사회 체계다. 잠재력 있는 사람에게 사회가 기회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주인이 되고 싶었던 호세 에르난데스는 1989년부터 1996년까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지원 서류를 넣었다. 번번이 탈락했다. NASA가 이미 대단한 성취를 이룬 사람을 찾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NASA는 에르난데스가 농장일꾼으로 일하는 불법 이민자 가정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몰랐다. 학비를 버느라 대학 입학 후 C학점이 수두룩했지만 학년이 올라가며 A학점이 많아졌다는 사실, 우주인 지원에서 탈락할 때마다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사실은 지원 서류에 표시할 수조차 없었다.
기회의 문을 좀 더 넓힌 NASA는 1998년 에르난데스를 엔지니어로 받아들였고, 2004년에는 우주인으로 선발했다. 그는 2009년 47세 나이로 우주선을 탔다. 이 이야기는 작년 ‘밀리언 마일스 어웨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저자는 대학 입학이든 직원 채용이든 이런 다이아몬드 원석을 놓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책은 많은 사례를 통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기회의 문을 넓히고, 숨은 잠재력을 가진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야 한다는 주장은 귀 기울여 들을 만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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