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한스 로슬링 교수는 <팩트풀니스>라는 책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색다른 시선을 소개해 주목받았다. ‘느낌’을 ‘사실’로 인식하는 인간의 비합리성을 비판하면서, 명확한 데이터와 통계로 바라보면 세상이 계속해서 이전보다 더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새해 들어 영국에서는 <세상의 끝은 아니다(Not the End of the World)>라는 책이 출간돼 인기를 끌고 있다. 옥스퍼드대 글로벌 개발 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이자 온라인 통계 플랫폼 월드인데이터 수석연구원으로 활약하는 데이터 과학자 한나 리치 박사는 책을 통해 “우리 세대가 지속 가능한 지구를 선도하는 첫 번째 세대가 될 수 있다”고 소개한다.
여전히 지구 환경과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과 부정적인 생각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지만, 저자는 “비관론자는 해결책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각종 과학적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우리가 여러 문제에 대해 매우 빠른 속도로 이미 많은 진전을 이뤘고, 역사상 처음으로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달성할 수 있는 궤도에 올라섰다”고 강조한다.
리치 박사는 미래 세대에 지속 가능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한 희망적인 통계 자료를 제시하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밝힌다. 환경 지구과학을 공부하던 그녀는 매일 들려오는 우울한 뉴스로 불안한 미래 전망에 무력감을 느끼며 함께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로슬링 교수의 <팩트풀니스>를 읽으며 통찰력을 얻었고, 자신 역시 환경과 생태 분야에서 ‘세상이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팩트풀니스>가 빈곤과 건강 문제에 대해 주로 다루고 있다면, <세상의 끝은 아니다>는 대기 오염, 기후 변화, 숲 파괴, 식량 시스템, 생물 다양성, 플라스틱 오염, 남획 등 일곱 가지 주제에 대해 어떤 진보와 발전이 있었는지 알려준다.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 식량 시스템의 문제는 기후 변화, 숲 파괴, 생물 다양성, 남획 그리고 플라스틱 오염 등과 깊은 관련이 있다. 굶주림은 지난 50년 동안 빠르게 감소했지만 여전히 10명 중 1명은 충분한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식량이 충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거나, 가축의 사료가 되거나, 어딘가에 그냥 쌓여 있기 때문이다. 식량 시스템을 재편한다면 얼마든지 굶주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과학기술은 식량을 생산하는 방법을 바꾸고 있다. 우리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충분한 식량을 생산할 수 있고, 동물을 도축하지 않고 고기를 먹을 수 있고, 자연을 해치지 않으면서 먹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다고 순진한 낙관주의만을 전파하는 책은 아니다. 저자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어마어마하게 많지만, 우리에게 아직 기회가 있고 또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인류의 역사와 맥락을 고려할 때 지금 우리 세대가 ‘가장 중요하면서도 특별한 지점’에 서 있다”는 저자의 메시지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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