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화물을 다 운송해 놓으면 뭐 합니까. 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9.5t짜리 트럭을 모는 임모씨(45)는 “작년 운송한 요금 1400만원을 아직 못 받았다”며 분개했다. A화물중개 플랫폼을 통해 8개 중개회사(주선사)에서 받은 화물이다. 몇몇 업체는 이미 파산해 돌려받을 길이 막혔다.
물건을 보내고 싶은 화주(貨主)와 화물차를 가지고 물건을 날라주는 차주 간에 일감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운송비 먹튀’의 현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화물을 보내는 쪽에선 분명히 값을 치르는데도 일감을 중개하는 주선업체들이 플랫폼에서 차주에게 일을 시킨 뒤 돈을 주지 않고 떼어먹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화물차주들의 원성이 커지자 국토교통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들은 1인당 120만~2740만원, 총 60억원가량의 운임을 떼였다. 15t 트럭 기준 60만원인 서울~부산 구간을 2~45회 운행해야 올리는 매출이다. 업계 관계자는 “D사에서 운임을 받지 못한 차주가 2000명에 달한다는 소문도 돈다”며 “피해액은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중개 플랫폼은 모바일이나 웹을 통해 화주와 화물차주를 연결하는 시스템이다. 화주가 직접 차주와 연결되기보다는 중간에 주선사로 불리는 중개업체들이 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러 화주로부터 일감을 모은 주선업체가 견적·화물량·배달지역 등을 포함한 내역을 게시하면 차주들이 ‘콜’을 선택해 배정받는 방식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약 84%의 개인 화물차주가 플랫폼이나 주선업체에서 일감을 얻는다.
플랫폼에서 잡은 일감은 항상 운임을 떼일 걱정을 해야 한다는 게 차주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장기 계약은 사정이 낫지만, 단건 계약한 영세차주(일명 ‘콜바리’)들은 일만 하고 돈은 못 받는 경우를 흔히 당한다. 화주가 차주에게 직접 운임을 치르는 게 아니라 주선업체에 지급하는데 차주에게 운임을 줘야 할 주선사들이 ‘배달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서다.
A플랫폼 관계자는 “미지급 민원이 많을 땐 해당 업체 화물 물량을 제한하고 있다”면서도 “잠재적인 위험까지 제재하긴 어렵다”고 해명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개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화물중개 플랫폼을 정부가 관리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오는 3월 관련 용역을 발주할 것”이라며 “화물 운임이 미지급되면 플랫폼도 일부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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