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업체와 자문 및 컨설팅 계약을 맺고 보수를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알선수재' 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알선수재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현안’이 존재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며, 예비역 장성에 대한 원심의 유죄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안철상)는 지난달 2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으로 기소된 전직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75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발표했다.
1975년 소위 임관 후 2008년 소장으로 예편한 A씨는 2015~2016년 방위산업체 B사로부터 5594만원, 기능형 전투화 제조업체 C사로부터 1934만원을 고문 계약 대가로 받았다. A씨는 계약 체결 이후 업체 현안을 담당하는 공무원과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쟁점은 A씨가 방산업체와 맺은 자문 및 컨설팅 계약을 알선수재 혐의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1·2심은 A씨가 업체와 맺은 계약을 모두 알선수재에 해당한다고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한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사람을 처벌'하는 특가법 조항을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부 계약이 알선수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A씨가 B사와 체결한 자문 계약은 구체적인 현안의 직접적 해결을 염두에 두고 체결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영 일반에 관한 것"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직접적 해결을 전제하지 않고 업무의 효율성·전문성·경제성을 위하여 피고인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에 바탕을 둔 편의 제공에 대한 대가로서 보수가 지급되는 것이라면 알선수재 행위가 아닌 통상의 노무 제공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알선수재죄 성립과 관련한 판단 기준을 최초로 제시했다. 대법원은 "의뢰 당사자가 피고인에게 사무 처리를 의뢰하고 그 대가를 제공할 만한 구체적인 현안이 존재하는지, 피고인이 지급받는 계약상 급부가 의뢰 당사자와 공무원 사이를 매개·중개한 데 대한 대가인지, 계약상 급부의 액수와 지급 조건·방법·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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