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불안과 해방감이 공존했다. 해외여행을 가면 비행기 이륙 직전 때처럼 인내해야 하는 시간이 길다. 평소였으면 습관적으로 인스타그램 앱부터 열었을 것이 뻔하다. 한 번 SNS를 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테니 아예 처음부터 접속하지 않았다. 세상에는 워낙 재밌는 볼거리가 많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시간이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여행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거나 미술관에서 보게 될 작품을 검색하며 틈을 메웠다. 나도 모르게 손가락이 SNS 앱을 누를 뻔한 충동이 몇 번 다녀갔다. 모든 앱을 배경 화면에서 찾기 힘든 폴더에 숨겼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니 생각보다 쉽게 내 여행에서 SNS란 존재는 중요하지 않게 됐다.
굳이 ‘SNS 끊기' 노력까지 하는 이유는 일전 경험 때문이다. 과거에 혼자 떠난 여행지에서 여행 사진을 SNS에 올렸는데, 평소 내가 불편해하는 대화 방식을 가진 사람이 역시나 불편한 댓글을 달았다. 결국 여행을 마칠 때까지 그 댓글이 생각나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보다 더 바보 같은 여행은 없다고 생각했다. 이후 여행에서만큼은 SNS 접속과 메시지 답하기에서 벗어나려 했다. 여행하며 외로워지는 이유는 혼자 밥을 먹어야 해서가 아니다. 타지에서 SNS 속 ‘더 나아 보이는’ 타인의 일상을 보고, 앱을 끄면 무엇을 봤는지 잘 기억도 안 나는 시간 때문에 나는 더 공허했다. 혼자 여행하는 동안 현지 문화를 즐기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심심할 틈이 없다.
이번 여행에서 세상과의 모든 연락을 두절한 건 아니었다. 방대한 여행 사진을 정리하기 위해 1주일에 한 번만 시간을 정해 인스타그램에 접속해서 포스팅했다. 가족에게는 생사 확인을 위해 매일 연락했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자주 가족과 영상통화를 한 적이 처음이었다. 일할 때면 빠른 업무 관련 답장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가족보다 우선순위였다. 일상에 복귀한 뒤 내 SNS 사용 시간은 예전 수준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잠시라도 나와 가까운 것을 멀리해본다면, 정작 더 가까워야 할 것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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