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뚝뚝' 잠실주공5단지·성산시영에 무슨 일이

입력 2024-01-21 18:05   수정 2024-05-31 15:46


재건축의 ‘복병’인 추가분담금이 급증하면서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마포구 성산시영 등 주요 대형 재건축 단지 시세가 주춤하고 있다. 공사비 급등과 조합 내분 등으로 추가분담금이 1억원 이상 불어나는 사례가 속출해서다. 현재 가격으로 샀다가 추가분담금까지 내면 인근 새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보다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오륜동 올림픽선수기자촌3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 8일 18억원에 거래됐다. 작년 9월 20억원에 팔린 이후 줄곧 하락세다. 대단지인 만큼 단지 안에서도 시세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고려해도 석 달 사이에 최소 1억원 이상 하락한 것이다. 잠실 재건축 대장아파트로 꼽히는 잠실주공5단지도 작년 12월 23억4800만원에 거래되며 9월(25억9000만원) 대비 2억원 넘게 떨어졌다. 강북 최대 재건축 단지인 마포구 성산시영은 전용면적 50㎡가 지난달 27일 9억원에 거래되며 9월(9억9000만원)보다 1억원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잠실진주(잠실래미안아이파크), 은평구 대조1구역,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등 서울 곳곳에서 ‘돌발 변수’로 예상보다 공사비가 더 발생하며 추가분담금을 1억원 이상 내야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잠실진주에서는 백제 유물이 발견돼 공사가 4개월가량 지연됐다. 이 때문에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2168억원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했다. 조합원 한 가구당 평균 1억4000만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 규모를 두고 협의 중”이라고 했다.

올초부터는 은평구 대조1구역이 조합 내분으로 공사비 지급이 지연된 탓에 2022년 둔촌주공처럼 공사가 중단됐다. 공사 지연으로 추가분담금이 가구당 평균 1억5000만원을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직 관리처분계획을 마련 중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는 전용 84㎡ 아파트를 받으려면 가구당 분담금이 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조합은 총회를 거쳐 시공사인 GS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이후 상계주공5단지는 지난달 30일 4억4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5억원에 거래되다가 두 달 만에 10% 넘게 내려앉은 것이다.

상계2구역에서도 조합원 분양가가 작년 예상치(전용 59㎡ 5억5000만원·전용 84㎡ 7억7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가까이 오른 전용 59㎡ 6억8000만원, 전용 84㎡ 9억2000만원으로 추산되자 관리처분계획안을 총회에서 부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추가분담금 부담 때문에 의사결정이 늦어지면 분담금은 더 늘어난다”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재건축 단지 시세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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