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앞두고 중소기업들의 안전관리자 채용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법이 확대 적용돼도 50인 미만 사업장은 안전관리자 채용이 의무화되지 않는다. 하지만 재해 예방에 전문성이 없고 별도 조직을 둘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으로선 안전관리자를 선임해 안전 업무를 일임하는 게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건설업체에 일감을 주는 원청도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자체적인 안전관리자를 둔 하청업체를 선호한다.
고용노동부가 산재 예방책의 일환으로 사업장 도입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위험성 평가’ 역시 안전관리자 없이는 실행이 어렵다. 300인 미만 기업은 고용부 지정 ‘안전관리 전문기관’에 안전관리를 위탁하는 것이 허용되지만 이는 사무직·서비스업처럼 재해 발생 가능성이 작은 사업장에서나 적합할 뿐이란 지적이다.
근로자 47명 규모인 D건설업체 관계자는 “최근 경력직 안전관리자 채용 공고에서 연봉을 7000만원으로 올렸다”며 “간부급 연봉이지만 이 정도를 주지 않으면 지원 서류조차 안 들어온다”고 호소했다. G건설사 관계자는 “말 그대로 쓸 만한 안전관리자는 씨가 말랐다”며 “기껏 교육해놓으면 대기업에서 빼간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아우성이 빗발치자 정부는 황급히 안전관리자를 대거 육성하기로 했다. 올해까지 안전관리자를 4000명 양성하겠다던 기존 계획을 부랴부랴 수정해 2026년까지 2만 명을 키운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안전 관련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인건비 부족까지 겹쳐 급한 대로 자격만 갖춘 대졸 신입을 고용해 안전관리를 일임할 판국”이라며 “지금 양성된 인원들은 현장에서 실전 경험을 쌓을 시간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안전관리자 문제는 당초 대기업 총수를 처벌하기 위해 대기업을 타깃으로 제정된 법을 중소기업으로 무리하게 확대 적용해 벌어진 웃지 못할 촌극”이라며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이 이대로 강행되면 중소기업이 줄줄이 곤란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