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찾은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엔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입구에서 차를 타고 5분가량 들어가자 으리으리한 저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채에 40억원이 넘는 387.65㎡짜리 복층 별장 189채 중 하나는 포스코 법인 소유다. 전·현직 회장 등 포스코 최고위급 임원만 쓰는 ‘그들만의 별장’(사진)이다.
포스코가 2018년 7월 법인 명의로 ‘알펜시아 에스테이트’를 매입해 전·현직 회장 등을 위한 전용 별장으로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극소수 임원이 쓴 만큼 개인이 부담해야 할 별장 구입비와 재산세 등을 회사가 냈다는 점에서 법적·도덕적 논란이 생길 것으로 법조계는 내다보고 있다.
경제계에선 포스코 경영진이 작년 8월 캐나다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5박7일 동안 6억8000만원을 쓴 ‘호화 출장’에 이어 최고급 리조트를 개인 소유처럼 사용한 ‘호화 별장’ 논란이 불거진 이유 중 하나로 경영진과 사외이사의 ‘지나치게 끈끈한 관계’를 꼽는다. 차기 회장을 뽑는 권한이 전적으로 7명의 사외이사 손에 달린 만큼 현 경영진은 이들에게 잘 보여야 유리한 구조여서다. 포스코 사외이사들은 경영진의 업무 수행 적법성을 감시하는 감사위원회도 맡는데, 호화 별장 구입 및 운영은 걸러지지 않았다.
경제계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주인 없는 기업’ 경영진의 잘못된 경영 판단은 물론 사익 추구 등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라며 “그런 사외이사들이 경영진과 호화 출장을 가는 등 지나치게 깊은 관계를 맺어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무너뜨린 게 포스코 사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업무상 배임 가능성"
지난 19일 찾은 포스코 소유 별장은 얼핏 봐도 주변 별장에 비해 화려했다. 2m 높이의 돌담과 그 위에 1m 높이의 유리 펜스를 설치해 외부에서 별장 안을 볼 수 없도록 개조했다. 티박스로 바로 갈 수 있는 계단 길은 한눈에 봐도 다른 별장과는 달랐다. 에스테이트 분양 사무소 관계자는 “해당 별장 평형(387.65㎡, 약 117평)은 40억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며 “앞마당 등 리모델링 공사가 잘 돼 있어 매물로 내놓는다면 돈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선 소유분산 기업이 최고위급 임원을 위한 고급 별장을 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사외이사 중심의 감사위원회가 있어 이 정도 안건은 사전에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포스코가 별장 구입과 리모델링 과정에서 수십억원의 회삿돈을 투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적·도덕적 문제도 생길 수 있다.
법조계에선 업무상 배임 혐의 적용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직원 복지를 위한 용도가 아니라 임원들이 개인 휴양 목적으로 사용했다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해당 별장이 특정 임원을 대상으로 사용됐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직원을 위한 일반적인 휴양시설은 아니라는 얘기다. 사외이사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포스코 측은 “사외이사는 별장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알펜시아 내 임원용 별장은 2011년부터 매입운용했고, 2018년 현재의 별장으로 이전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에 대한 경찰의 수사 범위가 호화 별장 소유 등으로 더 넓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찰은 포스코 경영진과 사외이사의 ‘외유성’ 해외 출장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평창=김우섭/박동휘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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