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지구단위구역 내 같은 상업지역이라도 용적률 차이가 최대 두 배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도지역 상향 시기와 법 개정에 따라 나란히 붙어있는 건물도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받는 등 지나치게 복잡한 용적률 체계가 도심 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전체 용적률 체계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구체적인 방향성을 검토하고 있다. 같은 용도지역이라도 변경 시기, 역세권 활성화사업 추진 여부 등에 따라 필지마다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받는 등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도 “용적률 체계가 매우 복잡해 기준이 무엇인지, 어떤 것을 적용해야 하는지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가 힘들다”는 비판이 거셌다.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상업지역이 대표적이다. 1991년 이전에 용도 상향된 서초로 지구단위구역 내 한 간선부의 허용용적률은 800%, 상한용적률은 1600%(법적 용적률의 2배 이하)다. 하지만 1999년 일반상업지역이 된 바로 옆 필지는 허용용적률이 630%로 제한된다. 2000년 이후 지정된 일반상업지역은 제약이 훨씬 크다. 2007년 일반상업지역이 된 강서구 마곡도시개발사업 지구단위구역 내 용지는 허용용적률은 630% 이하, 상한용적률은 800% 이하다. 이전에는 법적용적률의 2배까지 가능했던 상한용적률 기준이 2000년 국토계획법 개정으로 800%로 묶였기 때문이다.
허용용적률은 기준용적률에 인센티브로 제공되는 용적률을, 상한용적률은 공공시설 등 기부채납을 통해 허용용적률에서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용적률을 의미한다. 용적률이 높을수록 사업성이 좋아진다.
업계에선 적정 땅값이 이 같은 복잡한 용적률 산식과 상관없이 역세권일수록, 중심상업지 역할을 할수록 높게 형성돼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기대이익과 용적률에 따른 실현가능이익의 격차가 커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 내 지구단위구역만 277곳(중심지 147개, 역세권 230개)에 달한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최근에 지정된 상업지역일수록 강한 용적률 규제를 받는다”며 “시장에선 지구단위구역 외 상업지역 또는 역세권 관련 사업을 하는 지역과의 역차별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전에 상업지역이 된 곳은 종 상향에 의한 것이 아닌 원래 상업지역으로 보기 때문에 차등이 생기는 것”이라며 “상한용적률을 받기 위해선 대규모 기부채납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 정책 목적과 상황에 따라 용적률 체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이해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상업지의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용적률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일본 도쿄 시부야는 ‘도시재생특별지구’제도를 도입해 역세권별로 업무·상업 중심의 거점 개발에 성공했다”며 “역세권활성화사업 등 별도 사업을 도입해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주민 자율적으로 신속한 역세권 개발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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