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연장근로 시간을 판단하는 기준을 1일에서 1주일로 변경하는 내용으로 행정해석을 개정했다. 일주일에 사나흘에 걸친 압축 근무가 가능해지면서 기업들이 주 52시간제를 유연하게 운용하는 게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번 행정해석 변경은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에 따른 후속 조치다.
고용부는 연장근로 한도 위반 판단 기준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의 기조와 맞춰 기존 행정해석을 변경한다고 22일 밝혔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해 12월 7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연장근로 시간을 계산할 때 '1주간 40시간'을 초과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법정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이다. 주 40시간을 기본으로 최대 12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해 주당 최대 52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다. 여기서 '12시간'의 연장근로를 어떻게 계산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행정해석 변경 전 고용부의 입장에 따르면 1일 법정 근로시간 8시간을 초과한 시간은 모두 연장근로로 계산하고, 이렇게 계산한 연장근로가 1주 12시간을 넘으면 총근로시간과 관계없이 불법으로 간주했다. 예를 들어 1주에 12시간씩 4일 일하는 근로자의 경우 총근로시간이 48시간으로 주 52시간을 넘기지는 않지만, 1일 8시간을 넘긴 연장근로 시간이 총 16시간(4일×4시간)으로 12시간을 넘긴 탓에 근로기준법 위반이 된다. 주 52시간 이내에서 일을 시킨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대법 판결에 따라 개정된 행정해석에 따르면 1일 8시간을 넘긴 근로를 모두 연장근로를 보지 않고 주 단위로 계산한다. 앞서 사례에서 1주 총근로시간이 주 52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연장근로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다. 하루 8시간을 넘기면 무조건 연장근로라고 보던 기존 행정해석은 폐기됐다. 법리적으로는 하루 17시간씩 사흘을 압축적으로 일하고 4일 연속 쉬는 것도 가능해진다. 다만 연장근로 '수당'과 관련된 기존 행정해석은 그대로 유지된다. 하루 8시간 이상 근로에 대해선 시급의 1.5배가 지급된다.
이처럼 하루 근로 가능 시간이 늘어나면서 특정일에 일이 몰리거나 집중 근로가 필요한 기업들의 인력 운용에 여유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반면 노동계는 "하루 21.5시간씩 이틀 연속 밤샘 근무가 가능해진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22일 입장문을 내 "하루 21.5시간까지 압축노동이 가능한 사안에 대해 이토록 신속하게 행정해석을 변경하는 노동부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문제는 결국 근기법 상 1일 근로시간 상한과 24시간 중 11시간 연속휴식권 도입이 되어야만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홍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1일 근로시간이 8시간이 넘어가면 시급이 1.5배가 가산되고 밤 10시가 넘으면 야간근로수당이 추가돼 시급이 두배"라며 "노동계의 우려는 무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현행 근로시간 제도의 경직성을 보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건강권 우려도 있는 만큼 현장 상황을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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