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전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을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윌리 웡카는 곧 조니 뎁이요, 조니 뎁은 윌리 웡카임을. 작은 아씨들(2019), 듄(2021) 등을 통해 할리우드 대표 배우로 떠오른 티모테 샬라메(29)는 조니 뎁이 구축한 웡카의 캐릭터를 새롭게 창조했다. 청년 시절의 풋풋한 웡카를 연기하면서다.
이달 말 국내 개봉하는 ‘웡카’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작품의 앞선 이야기를 다룬 속편) 영화다. 패딩턴 시리즈를 연출한 폴 킹이 메가폰을 잡았다. 샬라메는 시종일관 로맨틱한 미소와 서정적인 눈빛으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뮤지컬 영화인 만큼 노래와 춤이 자주 등장하는데 샬라메는 다채로운 표정과 달콤한 목소리 그리고 준수한 춤동작을 선보이며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조니 뎁은 신비스럽고 괴짜 같은 웡카를 그렸다면 샬라메의 젊은 웡카는 몽상가적이고 순수한 면모를 극대화했다.
스토리는 전형적인 창업 서사다. 마술사이자 쇼콜라티에인 웡카는 ‘디저트의 성지’ 달콤백화점에 자신의 초콜릿 가게를 내겠다는 포부를 안고 도시에 상경한다. 대책 없는 낭만주의자에 글도 읽지 못하지만 주변 인물들의 조력으로 여러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초콜릿 기업을 일군다. 그가 파는 마법 초콜릿은 꿈과 희망이다. 그래서 웡카의 초콜릿을 먹으면 때로 남몰래 좋아하던 이성에게 연락할 용기를 얻게 되고, 버려진 고아에게 ‘구름 뒤 한 줄기 빛’ 같은 긍정심을 주기도 한다.
영화의 또 다른 축은 가족애다. 초콜릿은 웡카와 세상을 떠난 그의 엄마를 이어주는 추억의 매개체인 동시에 가까운 사람과 행복을 나누는 수단으로 그려진다.
움파 룸파는 시종일관 웃음을 던진다. 약 45㎝ 신장의 움파 룸파 족으로 분한 휴 그랜트는 중독성 있는 노래와 춤으로 극 중 최고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뮤지컬 영화답게 화려한 군무, 상상력으로 가득한 영화의 아름다운 미장센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동심의 세계로 인도한다. 극 중 웡카와 누들이 풍선을 타고 노래하는 장면은 영화 라라랜드(2016)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커플 댄스 장면에 견줄 만큼 낭만적이고 달큰하다.
영화 속 인물들은 말한다. “모든 위대한 일은 상상에서 출발했다”고. 러닝타임 116분.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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