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폰 두뇌 칩 '엑시노스' 화려한 부활

입력 2024-01-22 17:29   수정 2024-01-30 16:58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갤럭시 스마트폰의 ‘두뇌’ 엑시노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지난 2년 넘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2022년 갤럭시S22 발열 사태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지난해 내놓은 갤럭시S23에선 ‘퇴출’이란 극약 처방을 받았다. 그러자 “엑시노스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얘기가 삼성 안팎에서 나왔다.

그랬던 엑시노스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최근 공개한 갤럭시S24 일부 모델에 탑재됐는데,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기대 이상’이란 평가가 나와서다. 불량률을 대폭 떨어뜨린 데다 최첨단 기술을 적용해 열 방출 문제도 해결한 덕분이다.

2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S24 일반·플러스 모델엔 시스템LSI사업부가 개발한 엑시노스2400 AP, 최상위 ‘울트라’ 모델엔 퀄컴의 스냅드래곤 8Gen3 AP가 적용됐다. AP는 스마트폰에서 데이터 연산·통신 등을 담당하는 칩이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등이 포함돼 있어 스마트폰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최상위 모델에 퀄컴 AP를 넣은 건 엑시노스 성능에 대한 일말의 우려 때문이다. 엑시노스는 2010년대 중반엔 ‘퀄컴 AP보다 낫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최근 2~3년 동안엔 ‘대만 미디어텍 제품만도 못하다’는 굴욕적인 성적표도 받았다. 올해 갤럭시S24에 들어간 것에 대해 “마지막 기회를 얻은 것”이란 얘기가 나온 이유다.

엑시노스는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최근 갤럭시S24에 들어간 엑시노스2400에 대한 성능 평가 결과가 공개되고 있는데 “퀄컴 스냅드래곤 8Gen3와 성능 격차가 10% 이내로 좁혀졌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엑시노스의 CPU·GPU·NPU 성능이 퀄컴 칩에 버금갈 정도로 개선됐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계에선 엑시노스의 부활 배경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삼성전자 4나노미터(㎚·1㎚=10억분의 1m) 3세대 파운드리 공정(SF4P)을 채택한 것이다. SF4P 공정은 스마트폰용 AP에 특화된 공정으로 고성능·저전력·초소형 칩을 만드는 데 적합하다.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 비율)도 60% 정도로 TSMC와 견줘도 떨어지지 않는 ‘안정적’ 수준이다. 가장 최신인 3㎚ 공정을 무리해서 적용하기보다 검증된 공정을 통해 안정성을 높였다.

두 번째 성공 포인트는 열 방출 성능을 끌어올린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최초로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 기술을 적용했다. 지금까지 AP에 붙는 메모리 반도체는 회로기판을 통해 연결됐다. FOWLP는 기판 대신 AP에 직접 메모리 반도체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기판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칩을 얇게 만들 수 있고 방열 기능도 좋아진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엑시노스의 열 방출이 개선되면서 갤럭시S24의 전력 효율도 좋아졌다”며 “삼성전자의 4㎚ 파운드리 공정에 생산을 맡기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고객사와 엑시노스 칩을 납품받으려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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