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전기차와 캐즘의 덫

입력 2024-01-22 17:41   수정 2024-01-23 00:47

전기자동차가 세계인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부터다. 테슬라가 리튬이온배터리를 장착한 첫 전기차를 내놓은 것은 2008년. 이후 전기차 판매가 매년 늘긴 했지만 2019년만 하더라도 판매량이 250만 대를 밑돌았다. 비중으로 치면 3%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전기차 판매는 2020년 320만 대로 뛰어오른 뒤 2021년 650만 대, 2022년 1050만 대, 지난해 1380만 대 등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엔 세계 신차 여섯 대 중 한 대가 전기차였다.

코로나19 시기 전기차가 두각을 나타낸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2021년 초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했으며, 이 시기 글로벌 경제계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확산했고, 중국이 전기차에 올인한 영향이 나타났다는 점 등이다. 이 덕분에 테슬라는 2021년 하반기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처럼 돌풍을 일으키던 전기차가 최근엔 주춤한 모양새다. 중국 BYD가 독일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을 15% 내린 데 이어 테슬라도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세계 최대 렌터카회사인 허츠는 보유한 전기차 중 2만 대를 내놨다. 포드는 자사 인기 전기차 모델인 ‘F-150 라이트닝’의 생산량을 절반 줄이기로 했다. 아직 전기차 가격이 비싸고 충전 인프라가 빠르게 확충되지 않아 수요 증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전기차가 ‘캐즘(chasm)의 덫’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캐즘이란 기대를 모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예기치 않게 겪는 침체나 후퇴를 가리키는 경영학 용어다. 이 기간이 길어지면 MP3플레이어처럼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업계와 전문가들은 전기차에 캐즘이 나타났다고 하더라도 일시적 현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더라도 판매 증가율은 20%대 중후반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금 와서 내연기관차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이다. 전기차 확산이 숨 고르기를 하는 동안 가격을 낮출 기술 혁신은 계속될 것이고, 시장엔 또 다른 질서가 만들어질 것이다.

박준동 논설위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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