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교수 고액과외·실기곡 유출 심각"

대학교수들이 예체능계 입시비리 5대 유형을 공개하고 정부에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암암리에 행해지는 불법 예체능 입시 레슨 역시 사교육비 부담의 주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22일 한국대학교수협의회는 ‘예체능 입시비리 및 사교육 카르텔 타파’ 세미나를 열어 △불법 고액 과외 △마스터클래스 △입시평가회 △실기곡 유출 △사설학원 불법 겸직을 5대 입시비리 유형으로 규정했다.

현행 학원법상 현직 교수의 과외 교습은 불법이다. 그러나 음대 입시생 사이에서 불법 과외는 암암리에 성행한다. 대학 면접위원으로 참여하는 교수들의 몸값은 천정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현직 교수의 불법 과외는 시간당 100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고, 합격으로 이어지면 현금, 선물 등을 통해 수억원대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며 “심사위원 교수들이 짜고 서로의 학생들에게 ‘점수 품앗이’를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불법 과외는 마스터클래스와 입시평가회를 통해 이뤄지기도 한다. 마스터클래스는 거장을 통해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불법 과외를 주선하는 창구로 활용된다. 음대 교수들로부터 모의 평가를 받는 입시평가회 역시 불법 과외의 장이 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직 교수가 학생에게 직접 금전을 받지 않고, 공공 교육기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강사료를 받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입시평가회를 몇 달 이상 지속하며 실질적으로는 무등록 학원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기곡 유출도 대표적인 입시비리 사례다. 일부 교수가 유착 관계에 있는 사설 음악학원에 실기곡을 유출해 대가를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 한교협의 설명이다. 2022년 연세대 음대 피아노과 교수 A씨가 음대 입시생에게 입시 시험 실기곡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뒤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또 공식 교육기관장이 사설학원장을 불법 겸임하는 경우도 지적됐다.

한교협은 이들 카르텔을 해소하기 위해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예체능 입시비리와 관련한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구체적 사례가 적발되거나 신고가 있을 경우 즉각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