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김경율 비대위원 출마를 발표하기 전 여권 핵심 지도부와 사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른바 '사천 논란'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주변에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사당화'에 대한 우려를 주변 참모들에게 밝힌 것으로 나타나 당분간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22일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지난 17일 김경율 비대위원이 마포을에 출마한다고 발표하기 전 윤재옥 원내대표,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 장동혁 사무총장 등과 미리 상의했고, 모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그렇지 않아도 험지에 출마하는 사람인데 미리 분위기를 만들어 주자는 교감이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 한 위원장은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항마로 소개했다. 당시에도 바로 전날 여당 지도부와 한 위원장 간 사전 논의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한 위원장은 이른바 '사천 논란'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억울함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원희룡 전 장관은 한동훈 위원장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험지에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사전에 분위기를 띄워주자는 차원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사전에 지도부가 함께 결정한 내용인데 마치 한 위원장이 독자적으로 즉석에서 공천 룰을 어기는 결정을 한 것처럼 오해를 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입당한지 한달도 안된 사람이 사당화를 한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참모들과 만나 한 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자신이 한 것이 아니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철회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애정이 깊기 때문에 나왔던 말’이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한동훈) 사당화를 피하자는 것'이라는 말을 하는 등 갈등의 불씨가 식지 않은 모양새다.
한편 국민의힘은 내일 열리는 2차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우선·단수공천에 대한 기준도 정하기로 했다. 공천관리위 관계자는 "인재 영입 대상자를 포함한 모든 후보는 공천 룰에 따라 작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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