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소방 헬기 전원'을 두고 소방 공무원들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병원의 '전원 요청'을 따랐을 뿐인데 소방본부가 수사 받는 상황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부산광역시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에서 60대 남성 김 모씨에게 피습됐다. 이후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소방헬기를 사용한 것을 두고 국민권익위의 조사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경찰은 형사 고발이 접수됨에 따라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전공노 소방본부는 23일 성명문을 내 "법령과 매뉴얼에 따라 정상적으로 행해진 응급환자의 헬기 이송이 수사 대상이 된 현실에 참담함과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소방본부는 "이재명 대표 헬기 이송은 소방이 독자적인 판단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 간 응급환자의 전원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범부처 응급의료헬기 공동운영에 관한 매뉴얼에 따른 것"이라며 "통상적으로 소방헬기는 법령과 매뉴얼에 따라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2023년에도 162명을 이송했다"고 강조했다.
또 "응급과 비응급의 권한 및 최종 결정은 의사에게 있으며 소방은 요청을 받고 절차에 따라 이송한 것에 불과 어떤 정치적 고려나 특혜 시비가 있을 수 없다"며 "소방조직이 수사받아야 할 아무런 이유 없음에도 경찰 수사를 받는 현실은 6만 8000명의 소방관에게 참담함과 자괴감을 안겨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소방청은 2일 피습 사건 발생 직후에 특혜 논란이 불거지자 "매뉴얼대로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을 냈다. 그럼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남화영 소방청장도 지난 16일 "소방청 매뉴얼상 기준을 충족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당시 서울대병원은 소방청으로, 부산대병원은 부산소방본부로 각각 소방헬기를 요청했다. 응급 헬기 이송 관련 규정인 '범부처 응급의료헬기 공동운영에 관한 매뉴얼'에 따르면 의료기관이 긴급하게 요청한 경우 응급 헬기 이송이 적절한 절차라는 게 소방청 설명이다.
소방본부는 "헬기 이송을 두고 정치권과 시민단체, 지역의료계 등 다양한 주체들이 갑론을박하는 동안 소방은 조사와 수사의 대상이 돼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지장을 받고 있다"며 "실무자들은 심리적 압박감으로 위축되고, 조직 전체는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