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용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철저히 김현주 씨 스케줄에 맞추기 위해 저를 캐스팅한 게 아닌가 싶어요."
앞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선산'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박희순이 한 말이다.
박희순은 23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선산' 인터뷰에서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며 "같은 배우와 연이어 작품을 하는 건 쉽지 않은 기회인데, 김현주 씨와 함께하며 많이 놀랐고, 더욱 재평가받아야 하고, 지금껏 연상호 감독님이 독점하고 있는데 이제 더 널리 널리 알려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선산'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 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부산행', '염력', '반도'의 조감독인 민홍남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자 영화 '부산행'부터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넷플릭스 영화 '정이'를 선보인 연상호 감독이 기획, 각본을 맡았다.
박희순이 연기한 최성준은 연이어 발생한 사건이 선산 상속과 연관되어 있음을 직감하고 파헤치는 예리한 수사 감각을 지닌 형사다. 선산을 물려받은 윤서하 역의 김현주와 지난해 2월 종영한 SBS '트롤리' 이후 다시 만나 눈길을 끌었다.
박희순은 "연이어 같은 배우와 작품을 하는 우려를 모르지 않았고, (연상호) 감독님과 미팅을 하면서도 '어떤 의도로 캐스팅을 한거냐'고 물어볼 정도였다"며 "감독님은 '트롤리'라는 작품과 '선산'은 색깔도 다르고 캐릭터도 다르기 때문에 '전혀 (겹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둘이 만나는 장면은 마지막에 한 컷밖에 없었다"며 "그래서 제가 '전작 때문에 한 장면만 넣은 거냐'고 물어봤는데, '원래부터 이랬다'고 하시더라.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고, 가장 먼저 감을 갖고 수사를 하는 형사인데 대면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서하가 범인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어야 다른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제가 말하니, '그렇네' 해서 더 많이 만나게 됐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다음은 박희순과 일문일답
▲ '선산'을 어떻게 봤을까. 일각에서는 기대가 큰 만큼 오컬트 장르가 아니었다는 반응도 많이 나온 거 같다.
저는 재밌게 봤다. 저는 제작발표회 때부터 오컬트 장르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드렸다.(웃음) 약간의 착오와 오해가 있었던 거 같다. 오히려 자극, 무서워하는 분들은 호평을 보내주신 거 같다. 장단점이 있는 거 같다.
▲ 연기한 성준은 어떤 캐릭터로 설정하고 연기했을까.
시청자가 이 극을 보는 데 있어서 집중할 수 있는 길라잡이 역할이라 생각했다.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한 걸음씩 나가는 역할로 준비해야 했다고 생각했다. 그와 함께 성준의 짙은 서사가 있어서 무시할 수 없었다. 서사를 가져가지만 일과 관련된 면에서 수사를 하면서 덤덤하게 객관적으로 수사를 하고 관객들을 잘 인도하는 역할을 해야 했다고 생각했다. 수사할 땐 유머도 넣고, 객관적이려 노력한 거 같다.
▲ 경찰서 인원 감축 설정도 직접 제안했다고 하더라.
처음엔 성준이 인원감축 대상이었다. 그런데 가장 일 잘하고, 유능한데 과거의 일 때문에 인원 감축 대상이 되는 게 이해가 안 되더라. 오히려 박상민(박병은 분)이 대상에 들어가고, 저는 죄책감으로 물심양면으로 정보나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면 그 관계가 확실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제안하게 됐다. 연 감독님이 흔쾌히 그걸 받아들여 주셨다.
▲ 연상호 감독이 집필하고, 민홍남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었다. 출연 제안받았을 때 이 부분은 어땠을까.
계속 연 감독님과 호흡을 맞췄던 분이고, 연 감독님이 제작하기 때문에 그 틀 안에 있을 거라 생각했다. 미팅했을 때 그런 부분에 대해 큰 이견은 없었다.
▲ '선산'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많이 낸 거 같다. 원래 그런 스타일인지, 아니면 이번 작품이 더욱 그런 건지.
원래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이게 첫 미팅 때 다 한 이야기였다. 형사를 많이 했던 사람이라 '이런 차별점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거다. 서로의 생각이 맞아야 함께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때 '좋은 아이디어다'라고 해주시고, 2주 만에 대본을 수정해 갖다주시더라. 대본을 보고 결정한 건 아니고, 바꾸겠다고 해서 '하겠다'고 했다. 이후 대본을 보니 역시 '연니버스'더라.
▲ 김현주와는 연이어 출연이었다. 그 부분에 대한 우려는 없었을까.
그래서 '1+1'이라는 생각을 했고, 김현주 씨의 스케줄을 맞추기 위한 전략이 아닌가 합리적인 의심을 했다.(웃음) 연 감독님과 첫 미팅을 하면서 어떤 의도로 캐스팅했는지 여쭤봤을 때, 감독님이 ''트롤리' 라는 작품과 '선산'은 색깔도 다르고 캐릭터도 다르기 때문에 전혀 겹쳐 보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을 해주셨다. 원래 둘이 만나는 장면이 마지막에 한 컷밖에 없었다. 그래서 '전작 때문에 한 장면만 넣은 거냐'고 물어봤는데, '원래부터 이랬다'고 하시더라.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고, 가장 먼저 감을 갖고 수사를 하는 형사인데 대면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서하가 범인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어야 다른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해서 하니 '그렇네' 해서 더 많이 만나게 됐다.
김현주 씨와는 연이어 작품을 했는데, 이런 기회가 많진 않다. 그 배우가 좋은 배우라는 걸 다시 한번 알았고. 생각한 거 보다 훨씬 유연하고, 배려도 좋고, 가진 걸 그 이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과 스킬이 있어서 재평가가 시급하다.(웃음) 연 감독님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이 좋은 배우를 널리 알렸으면 한다.
▲ 극중 박병은과의 관계도 돈독하다.
작품을 같이 한 건 처음이지만 이전부터 좋아했다.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재밌다. 그런데 작품을 할 땐 자신만의 해석이 있고 프로의식이 있다. 그래서 함께 연기하며 얘기할 부분이 많았다.
▲ 촬영하면서 어렵거나 힘든 건 없었나.
제가 형사 역할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형사를 깡패 다음으로 많이 했는데, 이번엔 어떻게 차별점을 줄지가 저에게 숙제였다. 기존에 했다는 것과 다르다는 건 서사가 있다는 거다. 반장과의 관계, 아내를 잃은 아들과의 관계 등이 있어서 그 부분에 탄탄한 감정을 갖고 갈 수 있었다.
▲ 윤서하 가족의 '근친' 설정을 보고 어땠나.
저는 시청자들과 함께 가는 길라잡이였고, 그 놀라는 포인트가 거의 같았다고 생각한다. 눈에 힘을 준 적이 없는데,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처음 눈이 커진 거 같다. 저도 충격이었다. '선산'을 보며 가족 얘기를 하기 위한 가장 끝은 뭘까 생각하긴 했다. 그 사람이 입장이 됐을 때, 난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애정을 줘서 사랑으로 갈 수 있겠다고 싶더라. 모두가 놀리고, 모멸과 괄시를 받는 걸 봤기에 더 보호해주고 사랑해주고 싶지 않았을까. '근친' 자체보다는 그 상황이 그렇게 흘러간 게 아닌가 싶다.
▲ 가족을 말하다 보니 가족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을 거 같다.
지켜야겠다 싶더라. 날 가장 이해해주고, 사랑해주고, 아낌없이 주는 존재가 가족이라 생각한다. 그와 함께 가장 큰 고민이고, 걱정이고, 노심초사하게 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 둘을 모두 가져갔을 때 생기는 게 가족이라 생각해서 기쁨과 슬픔을 모두 다 공유하는 존재같다.
▲ 그 가족, 배우 박예진 씨는 '선산'을 어떻게 봤을까.
가족이기 때문에 제 위주로 봐서 아주 재밌게 잘 보셨다.(웃음)
▲ 서하와 같이 '선산'을 물려받으면 어떨까 상상도 하게 되더라. 연기를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해보진 않았나.
저는 마이너스부터 시작했다.(웃음) 빈손으로 왔으니, 자기 건 자기가 벌어야 하지 않겠나.
▲ '지천명 아이돌'이라고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한 부담은 없나.
안고가야 한다 생각했다. 그래서 이 역할을 선택 하기도 했다. 제가 형사 역할을 많이 했지만, 이렇게 생활 속에 젖어 들면서 자기 일에 충실한 형사는 처음이었다. 여기에 본인의 서사가 있어서, 어떻게 보면 멋있지만 어떻게 보면 너무나 못났다. 일 때문에 가족을 돌보지 못한 거 아닌가. 그 두 가지가 동시에 있어서 멋있게 보는 사람은 멋있게 보겠지만, 짠하게 보는 사람은 짠하게 볼 거 같더라.
▲ 차기작은 어떨까.
다음 작품은 형사, 깡패 역할만 아니면 다 좋다.(웃음) 요즘 작품 수가 많이 줄어서, '선산' 끝나고 지금까지 놀고 있다. 아직 결정된 작품은 없지만, 좋게 보고 있는 건 있다. 아직 도장을 찍지 않아 말할 순 없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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