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신촌, 이대 등 서울 서부권 대학가 상권이 침체일로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상권이 무너졌던 명동 등 주요 상권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대비된다. 연남동, 망원동 등 대체 상권이 형성된 데다 대학가 상권만의 차별화한 경쟁력이 없는 게 상권 침체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상가 건물은 공실이 장기화하면서 남아 있던 임차인조차 떠나고 있다.
24일 찾은 홍대 정문 앞은 대학가답지 않게 한산했다. ‘홍대 걷고 싶은 거리’(어울림마당로)를 기점으로 정문 앞 거리는 임대 현수막이 붙은 건물이 줄지어 있었다. 외관상으로도 상가 8개 실이 연속으로 비어 있거나 4층짜리 건물 하나가 통째로 공실인 모습이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정문 앞 상가 대부분이 1년 넘게 장기 공실 상태다. 서교동 A공인 관계자는 “전용면적 152㎡인 1층 상가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초부터 현재까지 4년 넘게 비어 있다”며 “과거 월 3200만원이던 임대료가 2000만원까지 내려갔지만,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맞은편 단지 내 상가도 선호도가 높은 1층 38실 중 6실(15%)이 비어있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홍대·합정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9.8%로, 서울 전체 공실률인 8.4%보다 높았다. 특히 2분기(5.7%) 이후 계속 증가세다. 홍대 앞 공실인 건물은 주로 3층 이상으로 중대형 상가에 포함된다.
대표적인 대학가 상권인 신촌과 이대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 4분기 신촌·이대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18.3%로 나타났다. 서울 전체 소규모 상가 공실률(5.8%)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서대문구 창천동 B 공인 관계자는 “대로변에 있는 전용 33㎡ 상가는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가 650만원 정도”라며 “코로나19 기간 임대료가 30% 정도 떨어진 건데도 공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대학가 상권이 살아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대학생 등 유동 인구가 많고 임대료 수준은 비싸지만, 차별화한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홍대 상권은 공실 상가가 대부분 전용 99㎡ 이상이라 임대료가 월 1700만~2000만원(1층 기준)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홍대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월 임대료가 너무 높아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체 등 들어올 수 있는 임차인이 한정돼 있다”며 “공실 전에도 롯데리아, 르꼬끄, 커피빈 등 대기업 브랜드들이 운영했다”고 말했다.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점도 대학가 상권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서교동 D공인 관계자는 “유동 인구가 대학생이라 현재 임대료 수준을 감당할 높은 매출을 올리기 어려운 구조”라며 “그렇다고 성수동처럼 대기업이 팝업 스토어를 낼 정도의 매력적인 상권도 아니다”고 말했다.
온라인 소비문화가 자리 잡으며 화장품, 의류 등 로드숍 수요가 대폭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창천동 E공인 관계자는 “신촌 이대 등은 소규모 상가가 대부분이라 과거 의류나 화장품 같은 매장이 들어왔었다”며 “요새는 트렌드가 빨리 바뀌어 스티커 사진이나 탕후루 등의 매장이 아니면 수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쇠락한 대학가 상권과 달리 망원·연남 등 대체 상권은 활기가 돌고 있다. 망원역 상권은 2022년 2분기부터 0%대(소규모 상가) 공실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지역은 대학가 상권보다 임대료가 낮다. 망원역 지역의 지난해 4분기 ㎡당 평균 임대료는 소형상가 기준 4만1400원이다. 반면 신촌·이대와 홍대·합정 지역은 각각 4만7500원, 5만6700원이다. 중대형 상가도 망원역 부근의 임대료가 낮았다. 같은 기간 망원역 ㎡당 평균 임대료는 3만2500원으로 나타났다. 신촌·이대(6만3200원)와 홍대·합정(6만6400원) 지역의 절반 수준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출이 줄어도 코로나19 기간에는 지원금에 있어 버티던 가게 주인이 많았는데 이제는 지원금도 없다”며 “계약 기간이 끝나면 떠나려고 하는 임차인이 줄지어 있다”고 말했다.
한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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