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뿌리던 지자체, 발행 확 줄였다

입력 2024-01-23 17:40   수정 2024-01-24 00:23

지방자치단체들이 한때 경쟁적으로 발행하던 ‘지역화폐’가 힘을 잃고 있다. 국회의 도움을 바탕으로 국비가 일부 지원된 덕분에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찍을 수 있었는데, 국비 지원 규모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어서다. 효과가 분명하지 않고 비용만 많이 드는 지역화폐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는 올해 지역화폐 지원에 총 3000억원을 배정했다. 정부는 당초 관련 예산을 ‘0원’으로 책정했으나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관리를 원한 국회의원들이 3000억원을 도로 살려놓았다. 살리긴 했지만 규모는 작년보다 15% 줄었다.

지자체들은 저마다 화폐 발행 규모와 할인율 축소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세수가 작년이나 재작년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지자체 예산으로 국비를 대체하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곳이 많다.

기초지자체 곳곳 예산 줄여
경북 김천시는 올해 김천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700억원으로 줄여 운영한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해 발행액 1251억원에 비해 551억원(44%) 축소된 규모다. 시는 작년까지 10%로 유지하던 할인율을 6%로 낮췄다. 국비가 확보되지 않아 시비도 전년 89억원에서 33억원 줄어든 56억원으로 잡았다.

경기 고양시는 세수 감소, 열악한 재정 상태 등을 고려해 지역화폐 사업에 투입하는 시비를 작년 28억원에서 올해 전액 삭감했다. 상품권 구매 시 보전하던 7%의 인센티브도 잠정 중단했다. 충남 태안군은 월 50만원이던 1인당 구매 한도를 올해 30만원으로 줄였다.

충북 제천시는 이달부터 지역화폐 ‘제천모아’의 할인율을 10%에서 7%로 하향 조정했다. 시 예산도 35억원에서 25억원으로 10억원가량 감액했다. 시 관계자는 “국비 규모가 줄었고 예산 배분이 늦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상품권 할인율 7%→5%로
광역 지자체 상황도 여의찮다.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국비 지원 방향을 발표하면서 인구 감소지역과 일반 자치단체, 보통교부세 불교부단체(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 지자체) 등 3개 유형으로 분류해 국비 보조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어서다.

재정 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살림 규모가 큰 대부분 시·도들은 정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울이 대표적이다. 서울은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지난해 1조671억원에서 8600억원으로 20% 가까이 축소할 계획이다. 할인율도 기존 7%에서 올해 처음으로 5%로 조정했다.

경상남도는 2021년부터 지역 소상공인이 참여하는 공공 온라인 쇼핑몰에서 쓸 수 있는 모바일상품권 ‘경남e지’를 올해부터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도 예산 44억원이 투입됐지만, 올해는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사업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역사랑상품권’ 사업에 교부하는 도 예산도 0원으로 편성됐다. 강원도는 올해 강원사랑상품권 예산을 지난해(48억4000만원)보다 12억4000만원 줄여 편성했다.
정부 “지역화폐는 지자체 사무”
행안부는 지역화폐 예산을 나눌 때 지역 상황을 반영해 분배 기준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에는 국비 지원 방향을 발표해 인구 감소지역의 경우 할인율을 10%로 유지하고, 일반 자치단체는 할인율을 7% 이상인 수준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며,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 지자체는 할인율을 ‘알아서’ 정하라고 한 바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처음으로 지역별로 할인율에 차등을 두고 보조하는 방안을 시도했다”며 “결과를 참고해 올해 예산 배분 기준을 만들고 다음달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해련/오유림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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