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여야가 정기국회 폐회를 앞두고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를 논의하던 지난달 초만 해도 민주당이 유예 법안 자체를 반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다. 중소기업은 물론 자영업자들도 법 유예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당 한 의원은 “중대재해법 유예를 전면 반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주된 목소리”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달 들어 완전히 반전됐다. 중대재해법 위반 기업을 수사·감독하는 독립기구인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법안 유예의 전제조건으로 못 박은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에도 유예 조건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카드를 꺼냈지만 필수 조건으로 내세운 건 아니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법 적용 준비 부족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사과 △2년 유예 후 반드시 시행 △시행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 계획 제시 등에 더 방점을 찍었다.
이 같은 입장 변화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4월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의 표를 의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지도부는 최근 민주당 인사들을 만나 중대재해법 유예에 반대해줄 것을 요구했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도 “법 유예를 반대하는 노동계의 문자메시지가 쇄도하고 있다”며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법 유예에 쉽사리 동의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0년 이미 논의됐지만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공단 등 유관 기관과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신설 법안이 발의됐지만 민주당은 4년 가까이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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