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수업 도중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재판에 넘겨진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사진)가 일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정대협에 대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돼 벌금 200만원이 선고됐다.
24일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부장판사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류 전 교수에게 일부 무죄 판결을 내렸다. 정 판사는 류 전 교수가 '위안부는 강제 연행이 아니다'는 취지로 발언한 부분,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의 전신)가 통합진보당·북한과 연계됐다고 주장한 부분은 무죄라고 봤다.
정 판사는 "류 전 교수의 발언은 피해자 개개인을 향한 발언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전체를 향한 추상적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강의의 전체적인 내용과 맥락 등을 고려하면 위안부들이 취업 사기와 유사한 형태로 위안부가 됐다는 취지에 가까운 발언"이라며 "통념에 어긋나고 비유도 적절치 않지만, 대학에서의 학문의 자유와 교수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을 볼 때 교수에 대한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법원은 류 전 교수가 '정대협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일본군에 강제 동원당한 것처럼 증언하게 교육했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서는 정대협에 대한 명예훼손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에 벌금 200만원이 선고됐다.
류 전 교수는 2019년 9월 연세대 사회학과 전공과목인 '발전사회학' 강의 도중 학생들 앞에서 '위안부가 매춘의 일종'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정대협 측은 같은 해 10월 류 전 교수를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했고, 검찰은 2020년 10월 류 전 교수를 재판에 넘겼다. 류 전 교수는 "일제시대 위안부 관련해 아는 지식을 학생들과 토론하고 제 입장을 이야기한 것"이라 반박했다.
정의연은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법원 판단에 유감을 표명했다. 정의연 측은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이라는 근본적 가치에 결코 우선할 수 없다"며 "이번 판결은 대한민국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반역사적 판결이며 일반 국민들의 상식 수준에도 어긋나는 반사회적 판결"이라 비판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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