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2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큰불이 난 충남 서천특화시장을 함께 방문한 것을 두고 '정치쇼'라고 비판하자, "저열한 정치공세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국민의 고통 앞에 하던 정쟁도 멈추어야 함에도 민주당은 또다시 정쟁의 불씨를 키우고만 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정치쇼 운운하며 마구잡이식 비난과 트집에만 몰두하더니, 오늘 민주당 회의에서는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에 열을 올렸다"며 "한동안 민주당 회의 석상에 음모론만 등장하더니 이제는 막무가내식 공세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어제 현장을 찾은 윤 대통령은 특별재난지역 선포 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어려울 경우 이에 준하는 지원책 마련을 약속했다"며 "행정안전부는 신속한 복구를 위해 특별교부세 2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충청남도는 상가당 200만원의 긴급재해구호비를 즉시 지원하고 임시 상설시장을 조성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국민을 이간질하기에 바쁜 민주당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이냐"며 "잿더미로 변한 시장 상인의 아픔을 정치 선동에 이용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대변인은 "불안돈목(佛眼豚目), '부처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부처로 보이고, 돼지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돼지로 보인다'는 말이 있다. 지금의 민주당을 두고 하는 말"이라며 "민주당에 의해 이미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는 국민적 슬픔에서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부디 이번만큼은 설 대목을 앞두고 생계 수단이 모두 잿더미로 변한 시장 상인의 아픔을 정치 선동에 이용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갈등 양상을 보이던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서천시장에서 전격 만나 갈등을 봉합하는 모습을 보인 것을 두고 "절규하는 피해 국민 앞에서 그것을 배경으로 일종의 정치쇼를 한 것은 아무리 변명해도 변명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 대표는 또 이를 '서천시장 사건'이라 명명하며 "아마 역사에 남을 사건으로 생각된다. 정말 온갖 문제들이 거기에 다 녹아들어 있다"며 "대통령의 전례 없는 당무 개입 또는 공무원들의 국가공무원법에 위배되는 정치 개입, 정치 중립 의무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이 모두 드러난 일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도 전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아무리 윤석열-한동훈 브로맨스 화해 쇼가 급했다지만,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가 된 서천특화시장과 삶의 터전을 잃은 상인들을 어떻게 배경으로 삼을 생각을 하냐"며 "국민의 울부짖음을 발로 걷어찬 윤 대통령은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현장 방문을 정치쇼라고 규정하는 이유는 윤 대통령을 기다렸지만, 만나지 못했다는 상인들이 현장에서 거세게 항의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윤 대통령이 방문 20여분 만에 현장을 떠난 점도 논란을 키웠다.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1시 30분께 서천시장을 방문해 화재 현장에서 상황 보고를 받은 뒤 상인회 건물 1층에서 상인대표 등을 만난 뒤, 2층까진 방문하지 않고 시장 방문 약 20분 뒤인 오후 1시 50분께 현장을 떠났다. 2층에서 윤 대통령을 기다리던 상인들은 "불난 거 구경하러 왔냐", "대통령이 사진만 찍고 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같은 날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은 피해 점포 수 등 피해 현황을 꼼꼼히 질문하며 현장을 살피고 상인들을 면담했다"며 "현장에 나온 150여 명의 피해 상인들은 대통령의 방문에 감사를 표하고 눈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2층에 있던 상인들의 반발에 대해선 "김태흠 충남지사의 안내로 상가동 1층에서 피해 상인 대표들을 만나 화재로 인한 고충과 정부에 대한 요청사항을 들었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과 현장 상인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윤 대통령의 동선을 놓고 현장 관계자들 간 혼선이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같은 날 상인들에게 "대통령이 상가 1층을 방문했을 때 1층 전체와 2층 연결 계단이 상인, 주민들로 꽉 차 2층에 계셨던 분들까지 모두 내려온 걸로 생각됐다"며 "(경호상의 문제로) 올라가고 싶어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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